변호 측 증인
지금 생각하면 그 서약 문구를 만들어낸 사람은 그리 섬세한 타입은 아니다 싶다.목사가 남편에게 나를 아내로 받아들이겠느냐고,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애정과 경의로써 아내를 대하겠느냐고 물었을 때도 나는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심하게 긴장한 상태였을뿐더러, 무엇보다도 다음은 목사의 물음에 내가 답할 차례라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꽉 차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볼 여유가 없었다.목사는 우리에게 형식에 따라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표현으로 영원을 맹세케 했는데, 이 ‘죽음’이란 대체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자기가 얼마만큼 인생을 요령 있게 살아왔는지 미미 로이는 멍하니 생각해 보았다. 스기히코 부인은 노부의 표정에 단순한 의례적인 사양과는 다른 미묘한 주저가 어린 것을..
한밤의도서관
2013. 3. 14.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