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더 늦게 태어났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부정적인 사고방식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가와카미 고이치와 같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비슷해서인지 속내가 나오는 것이다.-에로토마니아 中 분명 올해 겨울도 이런 식으로 어느샌가 지나갈 테고, 봄과 여름이 지나 다시 가을이 찾아오겠지. 뭔가 이 비슷한 게 있었는데. 아, 맞아. 얼마 전에 들렀던 전자제품 매장, 거기서 봤던 드럼세탁기. 나는 돌아가는 드럼세탁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돌던 세탁기 속의 잠옷, 속옷, 수건이 하나하나 다 보였는데, 탈수 모드에 들어가자 빨간 잠옷도, 베이지색 속옷도, 파란 수건도 모두 한데 뒤엉켜 뭐가 뭔지 알아 볼 수 없었다. 아, 지금 내 이생은 탈수모드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