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밀러 2

내 무덤에 묻힌 사람

일 년에 한 달밖에 보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서 사는 삶은 무척 힘들었고, 바닥에 구멍난 주전자처럼 매일을 메우는 건 무척 고됐다. 하지만 일이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그를 구해주었다. 일을 통해서 그는 수없이 다양한 절망의 단계에 빠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했고, 그들과 비교하면 자신의 삶은 좋아보였다. “나는 막대사탕을 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아니지, 피나타는 생각했다. 당신은 다이너마이트를 달라고 조르는 여성이야. 자신은 자신의 삶과 집을 좋아하지 않지. 그걸 아이와 함께 공유하는 게 두려운 거야. 그래서 모든 것을 하늘 높이 날려버리고 아름다운 파편들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걸 보려는 거지. 도시의 불빛은 해안선과 고속도로를 따라 한 줄로, 한 무더기로 이어졌다가 차가 작은 언덕..

한밤의 도서관 2017.05.02

엿듣는 벽

호텔에서 일한 몇 달 동안 콘수엘라는 옷장을 상당히 풍성하게 재정비해오고 있었다. 남는 옷가지 몇 개 좀 가져온다고 절도라고 할 순 없었다. 그건 상식의 문제, 심지어 정의의 문제에 더 가깝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부자고 다른 사람들은 아주 가난하다면, 약간 균등하게 나눠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콘수엘라는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할 필요도 없어. 냄새가 나잖아. 썩었으면 냄새가 나는 법이지.” 지배인인 에스카미요가 말했다. “몇 방울 마셨을 뿐이에요. 기운을 차리려고.” “몇 방울은, 하!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돼지 자식에게 모욕당하고 내가 가만히 참을 줄 알아!” “지금 네까짓 게 나를 돼지 자식이라고 부른거야. 이 도둑년이!” 서른세 살인데 이제껏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한밤의 도서관 201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