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3

Littor 2016.12~2017.1

손가락이 꿈틀거린다. 왜 그랬냐. 지금 그걸 묻는 건가? 닥터. 미치면 병원을 가야 해. 알지. 그건 난도 알아요. 그런데, 병원에서 미치면 어디로 가야 하지? 닥터. 나는 병원에서 더 나쁜 방식으로 미쳐 가고 있네. 내 꼴을 보게나. 그러니 제발 나를 보내 주게. 절대로 벽에 머리를 박는 그런 짓은 하지 않을테니, 인증―살아 있다고 말해야 해(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용준 아니 언제부터 나한테 그리 관심이 많으셨다고 이분들이 이러시나. 요즘엔 이런 생각이 든다니까. 어쨌거나 다시 한 번 부탁 좀 할게. 제발 말 좀 해 달라고요. 선생님들, 정말 제발 좀 알려 주세요. 나는 얼마든지 사과할 마음이 있다니까?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아니 씨발 백 번이라도 사과하라면 할 수 있어. 나 진짜 요즘에 잠..

한밤의 도서관 2017.01.04

Littor 2016. 10.11

작은 싸움이라도 제대로 치러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 모든 전쟁은 힘과 냉정함 그 두 가지에 의해 좌우됨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지워 간다. 내 안에 있는 것들도 내 밖에 있는 것들도, 무엇보다 나 자신마저도 다 사라지게 만든다. 시간은 어머니의 죽음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내가 지금 나의 명왕성에 홀로 서서 ‘영원히’라는 외로운 단어에 기대어 그들을 사랑하고 있듯이 이것은 힘찬 말이 아니다. 분명 서글픈 말이지만, 그리고 가슴 저미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유를 불문하고 어쨌든 견뎌야 한다. 산속의 그 어떤 짐승들도 스스로에게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는다. 존재는 의미에 선행하는 것. 의미를 자꾸 추적하다 보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한밤의 도서관 2016.11.01

Littor 2016 8.9

중국집을 빠져나온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멀어지는 친구의 뒷모습이 자꾸 흔들리니까 슬펐습니다. 나를 뒤에서 보는 일도 저렇게 슬픕니까. 무엇보다 우리 집으로 가는 골목은 왜 또 이토록 멀고 복잡합니까. 가로등도 없이 어둡고 아득했습니다. 희망은 없고 장래만 남은 삶은 또 얼마나 지루합니까. “난 하루 종일 하기 싫은 일을 한단다. 왜 그런지 알겠니? 다 널 위해서란다, 열받게좀하지마알렉시야! 언젠가는 네가 나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날이 오겠지. 가족이란 그런거니까.” 어머니는 내가 이미 어머니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어머니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드린다. 난쟁이 만한 용돈에도 불평 안 하고 참는다. 하지만 우리가 가족이니까 이런 짓 안 하는 거다. 공중도덕에..

한밤의 도서관 201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