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Littor 2016. 10.11

uragawa 2016. 11. 1. 23:07

작은 싸움이라도 제대로 치러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 모든 전쟁은 힘과 냉정함 그 두 가지에 의해 좌우됨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지워 간다. 내 안에 있는 것들도 내 밖에 있는 것들도, 무엇보다 나 자신마저도 다 사라지게 만든다. 시간은 어머니의 죽음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내가 지금 나의 명왕성에 홀로 서서 ‘영원히’라는 외로운 단어에 기대어 그들을 사랑하고 있듯이 이것은 힘찬 말이 아니다. 분명 서글픈 말이지만, 그리고 가슴 저미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유를 불문하고 어쨌든 견뎌야 한다. 산속의 그 어떤 짐승들도 스스로에게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는다. 존재는 의미에 선행하는 것. 의미를 자꾸 추적하다 보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무의미에 도달하게 되고, 그것은 곧 죽음이다. 살아 있으니, 무조건 사는 것이다. 이것이 삶의 기본이다. 반면 또한 우리는 우리 각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몸을 단련하고 영혼을 정돈해야 한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인파 속을 걸어가면서도 나의 명왕성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다. 내가 혼자라는 사실 말고는 늘 확실한 진리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기실 우리는 살아있어도 타인으로부터 늘 죽임을 당한다. 타인이라는 것은 지옥 이전에 하나의 죽음과 같은 벽이다. 사랑이라는 마약 같은착각에 빠졌을 때나 그가 나의 타인이라는 사실을 잊을 뿐, 그러나 그것마저도 오래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먼 타인이 아니라 가까운 타인인 가족끼리는 곧잘 상처주고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죽음만큼 어려운 숙제다.
-명왕성에서 이별 | 이응준의 서든 플롯



하루 종일 아무에게서도 전화가 걸려 오지 않을 것이고 스팸을 빼면 아무런 메일도 도착하지 않을 것이며 그녀에게 카톡같은 것을 보내 대화를 청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 이장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