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나는 나를 덮쳐오는 다른 형태의 죽음, 이질감이라는 이름의 죽음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 평소 나와 일상 사이에서 닻줄 역할을 하는 인과 관계의 끈들이 모두 끊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서서히 모두 나에게서 멀어져갔고, 나는 단절된 채 홀로 남았다.
그곳에는 우리 둘 말고 아무도 없었다. 에인슬리의 소매를 붙들고 있던 손이 외투 가장자리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나는 무릎을 꿇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부끄럽지 않았다. 자존심이나 위엄 같은 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위로가 될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다면 바닥에 엎드러 길 수도 있었다.
-사라진 앨리스: 코넬 울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