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흘낏 나를 보더니 다시 비에 젖은 차도로 시선을 돌렸다. 두 개의 와이퍼가 앞 유리를 조용한 소리를 내면서 닦고 있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군.” “미안해. 쓸데없는 말을 해서.” “돈은 얼마든지 있네. 누가 행복해지고 싶댔어?” 그의 말에 나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비웃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나는 술에 취하고, 굶주리고, 비참한 몰골을 하고 있으면서도 긍지를 지니고 있는 그가 좋았다. 아니, 정말 그랬을까? 단지 우월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죽은 인간만큼 말썽을 피우지 않는 존재는 없다. 무슨 말을 들어도 항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웨이드 부인, 나의 의견 같은 것은 아무 뜻도 없습니다.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듯한 인간이, 도저히 믿을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