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우리 가족이 최고라는 일그러진 애정이 샘솟았다. 순간적으로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붉은 머리를 하나로 올려 묶은 엄마는 내가 얄팍한 겨울 부츠를 벗는 걸 도와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내 발가락 하나하나를 손으로 따뜻하게 비벼댔다. “먼저 엄지발가락을 따뜻하게 하고, 이번에는 새끼발가락.” 이 장면에서 버터 바른 토스트 냄새가 났지만, 실제로 그런 토스트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기억 속에서 내 발가락은 아직 모두 성한 상태였다. 거실에 책장들이 죽 있었지만, 꽂혀 있는 책이라고는 자기계발서 밖에 없었다. 《햇살을 열어젖혀라!》, 《파이팅 걸》, 《자책은 이제 그만》, 《일어서서 당당하게》,《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자》,《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계속해서 기운을 북돋우는 당찬 제목들이 주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