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기묘한 꽃이다. 벚꽃이 핀 것을 보면 굉장히 득 본 기분이 든다. 다른 꽃은 이 정도는 아니다. 벚꽃이 피면 좌우지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드는 건 왜일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일본인과 벚꽃의 관계에는 어딘가 영적인 면이 존재한는 것 같다. 무엇보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벚꽃이 있지만, 외국에서 피는 벚꽃은 가령 일본인이 좋아하는 왕벚나무 꽃이라도 전혀 다른 꽃이다. 벚꽃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일본 풍토에서 나고 자랐을 때 벚꽃은 비로소 벚꽃이 된다. 다몬은 골똘히 그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 걸을수록 뇌에 산소가 공급되어 사고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예로부터 철학자와 과학자는 산책 중에 사색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러나 다몬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