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4

열 문장 쓰는 법

당연한 말이지만, 일단 한 문장부터 씁시다. 다만 길이는 정하지 않고 쓰는 게 어떨까요? 요즘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저자나 작가는 물론 그 글을 다듬어 책으로 내는 편집자도 무조건 문장을 짧게 쓰라고만 강조합니다. '단문교'短文敎라는 종교 단체가 결성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단문에 대한 칭송은 거의 숭배에 가깝죠. 하지만 이는 글을 어느 정도 쓰고 다루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진리도 아닙니다. 결국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자연스럽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자연스럽다'의 의미가 사람의 노력이나 손길이 닿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보면 어떨까요. 가령 가을에 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 김제 평원 같은 곳을 둘러보며 '자연'을 만끽했다고 느..

한밤의 도서관 2020.03.23

퇴근길 글쓰기 수업

개인 에세이는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유행하는 유형의 글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는 누구나 불안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에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전 시대에 우리의 삶을 안내해주었던 종교, 도덕, 관습은 현재 절대적 타당성을 상실했습니다. 정신의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은 자신이 누구인지 검토하면서 자기자신을 스스로 만들어가야만 합니다. 이런 자기 음미와 자기 정립의 요구에 가장 어울리는 글의 형식이 바로 개인 에세이입니다. 설명 에세이에는 여러가지 변형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두 대상을 비교하는 '비교 에세이', 현상이나 문제의 원인 또는 결과를 파헤치는 '원인-결과 에세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문제-해결 에세이'가 있습니다. 이런 글은 길기 때문에 신문의 뉴스 분석이나 ..

한밤의 도서관 2019.05.29

미스터리 작가를 위한 법의학 Q&A

목을 매달아서 하는 대부분의 자살은 조악하게 실행되며 피해자는 목을 골절시키지 못해 질식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발밑의 의자가 이미 없어졌는데 아직 죽지 않은 것을 알면 머잖아 종교적 감정과 공황에 휩싸이게 되며, 처음에 자살을 하려던 결심이 얼마나 강했는지와는 관계없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몸부림을 치게 됩니다. 갑자기, 글로 읽었을 때는 좋아 보이던 것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거죠. 의대생 시절 저는 사지절단술을 할 때 수술방에 들어가 보조를 한 적이 두어 차례 있는데요. 사지절단술은 지금까지도 칼과 톱, 끌과 망치가 동원되는 상당히 잔혹한 수술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한 다음에도 제가 이 수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생생한 이미지는 여전히 『바람과 함꼐 사라지다』..

한밤의 도서관 201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