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로맨스 소설의 7일

uragawa 2013. 3. 25. 09:00

별이 아름다웠다. 공기는 무겁게 상반신에 척척 달라붙었다. 길가의 집 앞에 늘어선 화분의 초록식물은 이미 잠에 빠져있었다.



내 주변에는 한 가지 일에 몇 십 년씩이나 몰두하는 사람들만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칸나를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존재한다. 결정적으로 일에 대한 근성만 결여된 인간이 존재한다 이 말씀이다.



왜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일을 하는 거지. 여름휴가도 없이. 하고 싶지는 않지만 강박관념에 휩싸인 듯, 나도 모르게 일을 받게 된다. 칸나처럼 분방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성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모래성 쌓기에 열중했던 유치원생처럼 그라면 아무런 조바심도 없이 3년은 놀고먹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게 특정 인물과 이내 농밀한 관계를 구축하거나, 남자를 뒤돌아보게 할 만큼의 매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만약 상대가 뒤돌아본다 해도 나는 그 순간 깨달음을 얻은 부처와 같은 냉소를 띠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이 사람은 그 애정의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다, 그저 일회성 만남일 뿐이다’ 라고…….




함께 지낸 시간의 길이와 서로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밤 산책을 하고 있을 무렵의 나는 칸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느끼고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이 겨울의 별처럼 투명한 빛을 발하며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친구든, 애인이든 함께 있다 보면 점점 자신의 이기적인 부분이 드러난다. 반대로 상대의 상냥함과 관용은 더욱 잘 파악해서 점점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신에게 싫증이 난다. 누구나 그럴까?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관대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순간도 존재하는 걸까?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함께 있기로 해. 칸나. 겨울까지만. 그리고 그 다음은 알 수 없다. 기다림은 조금도 상냥하지도 온화하지도 않을 테니까.

형태도 마음도 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서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해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