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uragawa 2019. 8. 23. 18:17

사실 인간은 누구나 오십보백보지만, 자기 안에 있는 추한 열정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면 마음놓고 그 사람을 경멸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들은 매우 기뻐한다.



인간은 좋은 일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오히려 적당히 그때그때 얼버무리며 넘어갈 때가 더 많다.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당한 일, 훌륭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타인도 자신처럼 행동하기를, 또 타인이 자신에게 반드시 감사와 칭찬을 해주기를 마음속으로 요구한다.



우리들은 최대한 성숙한 인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맑은 물에만 몸을 두지 말고 탁류에도 부대낄 일이며, 내 손은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언제나 진흙투성이라고 생각할 일이다. 언제나 나는 강하다고 자신하지 말고 나의 나약함을 확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일이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요구하지 않을 일이다. 사람은 생각이 다른 채로 단지 기본적이 문제에 대해서만 서로 도와야 한다. 목숨 지키는 일, 병을 치료하는 일, 아이에게 읽기, 쓰기를 가르치는 일과 같은 기본적인 행위는 의견이 상당히 다른 사람과도 가능하다.



꼼꼼한 사람일수록 신경 질환에 잘 걸린다. 남들이 혹시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되면 경계하게 된다. 실패나 인정받지 못함을 용납하지 못하면 불면증이 된다.
그러나 딱히 나에게 특별한 악의가 없는 한, 타인으로부터 미움을 받아도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사람에게 미움받더라도, 다른 한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경우도 세상에는 흔한 일이니까.



사람들 평판이야 어찌됐든 언제까지나 나는 나일 뿐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평판에는 신경이 쓰이는 법이다. 그러나 평판만큼 근거가 없는 것도 없다. 나 외에 나의 세세한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데, 나를 모르는 타인이 나에 대해 말하고 있으므로 평판이 옳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런 평판에 동요되는 사람이 많다. 세상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추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불행도 때론 즐겁다. 그러므로 자신의 실패담, 아내에게 혼쭐난 이야기, 자신의 회사가 정말 변변치 못한 곳이라는 등의 푸념은 듣는 이에게 그럭저럭 행복을 준다.



우정에 관해서도 여전히 상대를 진심으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할 일이다. 이것이 우정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가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무례한 일이다.



세상에는 대등하게 보이는 게 싫어 자신은 언제나 상대보다 한 단계 위가 아니면 마음이 편지 않은 사람이나, 상대가 자신을 바보 취급한다고 금세 토라지는 사람이나, 상대가 자신을 바보 취급한다고 금세 토라지는 사람이 있다. 어느쪽이든 나에게는 버거운 상대다. 유쾌하고 기분 좋은 사이는 서로 어느 정도의 결점은 있으나 어디까지나 대등하다고 굳게 믿는 그런 관계다.
상대의 말을 큰 오해 없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식과 성숙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물고늘어지는 논쟁이 되기 십상이다.



종종 인맥이 중요한 재산인 양 떠벌리는 이가 있다. 그리고 인맥을 쌓는 비결 등이 특집으로 실린 잡지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인맥이란 그것을 이용할 마음이 없다면 거의 필요 없는 것이다. 그것을 연줄로 장사하거나 정치가로서 표를 모으는 일이라도 된다면 분명 인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이 사회의 한 구석에서 자신의 능력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데는 특별히 인맥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진실을 말하지 않는 성실이나 우정이 존재할까. 친구 사이란 단지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이는 아니다. 냉엄한 말을 들었을 때 괴로워하기도 하고 놀라 이성을 잃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을 모욕하는 심정은 십중팔구 나약한 성격에서 비롯된다. 즉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우쭐해하는 것이다. 상대를 업신여기기라도 하지 않으면 사실 자신의 존재가 희박해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학적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인생에서 진정한 위로란 있을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당사자 외엔 그 고통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정열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일을 남에게 알리고 싶고, 타인의 일을 알고 싶은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의 작가적 체험으로 볼 때 진실은 어지간히 성격이 특이한 사람이 아닌 한, 조용하고 은밀한 장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이야기하는 법이다. 사람은 그리 쉽게 타인의 마음에 개입하는 일이 불가능하며 또 허용되지도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