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사서, 고생합니다

uragawa 2019. 8. 21. 22:00

“책 연장해 주세요”
대출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은 홈페이지에서도 가능하다. 다들 하지 않을 뿐. 안내는 늘 한다. 회원가입을 할 때도 전화를 받았을 때도. 연장해 드린 후에 꼭 홈페이지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끔 따지는 분들도 계시다. 그냥 해주면 되지. 왜 홈페이지에서 하라고 하느냐고. 저는 이런 전화를 하루에 기본으로 10통 이상을 받거든요.



공간이란 한정돼 있고 그 안에 수용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은 더욱 한정된다. 아무리 욱여 넣어도 더 이상 안되는 때가 있다. 책을 더 이상 꽂을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린 책을 더 사고 싶다. 그렇다면? 버려야지. 수서하며 고를 때 재는 방식과 버릴 때 재는 방식은 달라도 아주 다르다.
한번 들여놓은 자료를 버리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자료는 도서관의 재산이다. 어쩌면 늘리기보다 줄이기가, 사기보다 버리기가 어려운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도서관마다 방식이 다르고 까다로운 일이다.



그렇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이용한 책을 직접 꽂는다. 도서관 이용한 지 오래되지 않은 이용자들은 다른 도서관보다 책 찾기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누구보다 책을 빠르게 찾고 제자리를 찾아낸다. 사서들은 반납도서를 처리하고 나면 “반납되셨고 제자리에 꽂아주세요.” 하고 말한다.



카운터와 먼 곳에 있는 것이 분명하고 확실한데 코 고는 소리가 들릴 때면 헛웃음이 나온다. 어떡한담.



<결혼하지 않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_미(비)혼 부모> 컬렉션도 역대급의 에피소드가 있다. 컬렉션을 둘러보던 성직자 한 분이 지나가시면서 이렇게 나쁜 컬렉션이 있냐고 하셨다는 이야기.



가장 당황스러운 일은 본인이 쓴 책을 홍보 및 판매하려고 할 때이다. 전화로 ‘내가 이런 책을 쓴 사람인데, 내 책이 얼마나 좋은 데 왜 그 도서관에 없느냐.’라고 강력한 요청 같은 항의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럴 때는 도서관으로 기증해 달라고 이야기하거나 살펴보겠다고 대답한다. 사실 그렇게 전화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대답이 거의 먹히지 않는다.
‘왜 사지 않고 기증하라고 하느냐.’ 라든가 ‘좋은 책인데 그냥 사지, 물 살펴보고 말고 하느냐’ 등 ‘완전체’ 같은 대답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나: 사서라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cha님: 음, 그냥 사서라는 직업 자체가 자랑스러워요. 사서로 일하면서 잘난 척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하나를 꼽아보면 거의 모든 신간 도서를 살펴보고 저자들 그리고 그 저자들 간의 관계를 줄줄 읊을 수 있다는 것? ‘1년에 책 몇 권 보세요?’라는 질문에 ‘3천 권쯤 넘게 봐요.’라고 우쭐대며 말할 수도 있죠.
나: 그렇죠 끝까지 읽었느냐고 묻지 않았으니까요.



나: 사서라는 직업의 가장 큰 특권이 있다면?
ㅁ님: 연체 풀고 막 빌리기?(ㅋㅋㅋ) 그거 외에는 사실 모르겠어요. 하하하



마지막으로 도서관계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ㅁ님: 이대로 가면 망해요.(ㅋㅋㅋㅋㅋ) 정책을 만드는 분들은 너무 이용자를 잘 모르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몰라요. 그래서 같은 울타리 안에서 싸우고 있는 느낌이에요. 늘 카운터에는 언제 대체되어도 상관없을 사람들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앉혀두고, 계약직 공고에는 경력으로 쳐주지 않는 자리만 번갈아 나오고, 그러다 보니 언제든 도망갈 준비가 된 사람들만 남는 것 같아요. 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보다 그냥 당장 버텨내기 바쁘니까. 그만큼 대우도 해주지 않고 의욕도 안 들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사서들이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