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 그런지 유독 차창 밖으로 치과들이 눈에 띄었다. 치과가 위아래 층에 나란히 두 개나 있는 건물도 있다. 하나는 뉴욕치과, 하나는 보스턴치과다.
‘뉴욕, 보스턴…… 여기저기서 많이 봤는데, 체인인가? 유학파인가?’
“원장님, 혹시 임플란트 재료들은 가격이 얼마나 하나요?”
“재료? 그거는 얼마 안 해. 픽스쳐랑 어버트먼트랑 하면 10만원 좀 넘지.”
광호는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럼 도대체 얼마가 남는다는 얘기인가.
“재료는 생각보다는 싼 편이네요. 그런데 외산은 재료가 훨씬 더 비싼가요? 다른 곳도 외제 임플란트로 수술하면 100만원 정도 더 받던데…….”
“어휴, 외산은 엄청 비싸지. 나는 제일 비싼 스위스 꺼 쓰거든. 27만 원에 들어와”
광호는 흠칫 놀랐다. 질문 하나를 더 하려다 선을 넘는 것 같아 속으로 삼켰다.
‘똑같은 수술에 재료만 10만 원 더 비싼 걸 썼을 뿐인데 왜 100만 원이나 더 비싸지는 거죠?’
당신의 치아는 싸구려입니까?
소중한 치아, 함부로 최저가에 맡기지 마십시오.
-수변광역시치과협회
“제안한 금액으로 계약하겠습니다. 저도 환자가 진료비 깎으려고 하면 기분 나빠서 대충 치료해줍니다. 변호사님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경준은 기가 막혔다. 자동차는 우회전도 하고 좌회전도 해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좌회전밖에 할 수 없다면 계속 같은 곳을 맴돌 것이다. 반대의견을 허락하지 않는 집단은 반드시 도태한다.
“과산화수소는 액체라서 줄줄 흘러. 그런데 이게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거든. 그래서 과산화수소를 연마제라는 분말과 반죽해서 흐르지 않는 젤 형태로 만들어. 그걸 치아 표면에 얹어놓으면 치아가 하얗게 되는 거야.”
협회의 또 다른 숙원 사업은 치과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것이다. 치과의사 수를 줄여야 기존의 치과의사들이 높은 수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반대로 치과위생과의 정원은 늘리려고 한다. 그래야 치과 위생사들을 값싼 월급으로 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