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사적인서점을 열기 전까지 직업이란 사회가 만든 일자리라고 생각했다. 취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틀에 나를 넣는 일이라고 말이다. 사적인서점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직업은 내가 만들기 나름이라는 것을 배웠다.
생각해 보면 나는 편집자의 일을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편집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서점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서점원으로 전직을 선택했다.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없었다.
성공이 보장된 완벽한 선택은 없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거나 실패를 하지 않고 사는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미리 걱정하고 몸을 사리기보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을 하자. 그렇게 나는 내가 만든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돌이켜보면 나는 좋아하는 일에 환상을 품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도 지겨워질 수 있고 좋아하는 일도 하기 싫을 때가 있음을 받아들인 지금, 나는 안다.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 있으면서 돈까지 잘 버는 일, 그런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회사원으로 일하는 것에도 자신만의 가게를 꾸려 가는 것에도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반짝이는 빛 뒤에 드리운 그림자를 이제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