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섬에 있는 서점

uragawa 2017. 12. 2. 23:34

긍정왕 어밀리아의 신념은 감수성과 관심사를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살 바에야 혼자 사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렇잖은가?)



그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의 문제는 일단 이것저것 해보겠다는 마음가진만 있으면 해결되기 마련이었다.



혼자살이의 고충은 자기가 싸지른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점이다.
아니, 혼자살이의 진정한 고충은 내가 속상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다. 서른아홉 먹은 남자가 왜 어린애처럼 카레가 담긴 플라스틱 그릇을 벽에 내던졌는지 아무도 관심 없다.



만약 제니가 책이라면, 방금 막 상자에서 꺼낸 페이퍼백이었다. 어디 한 군데 접어놓은 귀퉁이도 없고, 물에 젖은 적도 없고, 책등에 구김도 가지 않은 책.



“때로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진 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법이죠.”



“타이밍이 안 좋네.” 램비에이스가 선언하듯 말했다. “내가 경찰 노릇한지 이제 이십 년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인생에서 나쁜 일은 거의 모두 나쁜 타이밍에서 비롯되는 거야. 그리고 좋은 일은 모두 좋은 타이밍에서 비롯되고.”



“사실 난 낭독회를 아주 좋아해.” 어밀리아가 출판계에 막 뛰어들었을 무렵, 남자친구 손에 이끌려 92번가 Y에서 하는 앨리스 맥더모트 유료 이벤트에 간 적이 있었다. 어밀리아는 『차밍 빌리』를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맥더모트의 낭독 ― 작가의 손짓, 특정 단어에 넣은 방점 ― 을 들으면서 자신이 그 소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낭독회를 나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남자가 그녀에게 사과했다. “재미없었다면 미안해.” 일주일 후 어밀리아는 그 남자와 헤어졌다. 이제 와 생각하니,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눈은 또 얼마나 터무니없이 높았는지.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라곤……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린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예요. 맹세코. 나는 내가 읽는 책을 당신도 같이 읽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밀리아가 그 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내 아내가 되어주세요. 당신에게 책과 대화와 나의 온 심장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은밀한 두려움이 우리를 고립시킨다. 하지만 고립이야말고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다. 언젠가, 언제일지 모르는 어느 날, 그가 혹은 그녀가 거기에 있으리라. 당신은 사랑받을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결코 혼자가 아니기에. 혼자가 아니기를 선택했기에.’



마야,
쓰다 막혔을 때는 읽는 게 도움이 된다.
안톤 체호프의 「미녀」, 캐서린 맨스필드의 「인형의 집」, J.D.샐린저의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ZZ 패커의 「브라우니」 혹은 「딴 데서 커피를 마시다」, 에이미 햄플의 「앨 존슨이 묻혀 있는 묘지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인디언 마을」.
아래층에 다 있을 거야. 못 찾겠으면 얘기해라, 네가 나보다 뭐가 어디 있는지 더 잘 알 테지만.
사랑을 담아, 아빠가



“잘 모르겠어, 이즈메이. 있잖아, 서점은 올바른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당겨. 에이제이나 어밀리아 같은 좋은 사람들. 그리고 난, 책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얘기를 하는 게 좋아. 종이도 좋아해. 종이의 감촉, 뒷주머니에 든 책의 느낌도 좋고, 새 책에서 나는 냄새도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