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그대 눈동자에 건배

uragawa 2017. 12. 15. 17:46

공장은 작년 가을부터 문을 닫은 상태였다. 공장을 돌려보려해도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직원들 월급은 몇 달 치나 밀렸다. 불어날 대로 불어난 빚을 갚을 전망 따위, 전혀 없었다. 회사는 이제 곧 도산할 터였다. 이 집도 저당이 잡혀 있다. 즉 거처할 곳도 없어지는 것이다.
성실하게 살아왔다. 오로지 성실하게 온 힘을 다해 산다고 살아왔다. 그래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깨달았다.
-새해 첫날의 결심 中



“원래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실사영화를 많이 봤어. 근데 언제부턴가 실사를 보는 게 힘들어지더라고.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찾게 된 거야.”
“어째서 힘들어졌는데?”
“글쎼, 어째서일까. 아무튼 실제 인간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제 그만, 이라는 기분이 들어. 사람 얼굴은 현실 세계에서도 지겨울 만큼 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그대 눈동자에 건배 中



예전에는 결혼이 점점 늦어지는 만혼이 문제였지만 요즘은 비혼이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부쩍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에리가 그랬다. 남자와 교제하는 일은 있어도 결혼할 마음은 없었다. 거기서 뭔가 메리트를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렌털 베이비 中



“세상 만만하게 보면 안 돼. 누구라도 현재 자신의 일이나 처지에 만족하고 사는 건 아니야. 그 안에서 삶의 보람을 찾아가는 것이지.”
“꿈을 버리고서 삶의 보람이고 뭐고 있겠어요?”
“그런 걸 어리광이라고 하는 거야. 지금까지 누구 덕에 풍족하게 살았는지 알기나 해? 이제 네가 그 보답을 해야 할 차례라는 생각은 왜 못해?”
-수정 염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