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자신의 모습은 오목거울이면서 동시에 볼록거울이기도 한 어떤 거울에 비친 이미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했다. 사람들은 표면에 비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유명 법관, 존경 받는 법무부 장관, 스코네의 해변을 거니는 다정한 은퇴자. 그 누구도 이면에 있는 그의 또 다른 모습은 짐작할 수 없다.
“왜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뉘베리가 물었다. “죽어야 할 이유가 정말로 크면, 이렇게 자기에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주며 삶을 끝내버릴 수 있는 걸까요?”
“나도 똑같은 질문을 해봤어.” 발란데르가 말했다.
뉘베리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랬더니요?”
발란데르는 할 말이 없었다.
본노와 침묵은 같은 기질에서 나오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었다.
“왜 사람들은 전리품을 챙기는 걸까요?” 그녀가 물었다.
“자랑하려고 그러는 거지.”
“자신한테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한테요?”
“둘 다.”
걱정은 나쁜 습관이었고, 나이가 들수록 더 나빠지는 것 같았다. 그는 모든 게 걱정이었다. 바이바가 탈린에 가서 걱정이었고, 자신이 아플까 봐 걱정이었고, 늦잠을 자거나 차가 고장이 날까 봐 걱정이었다. 그는 온통 불안으로 똘똘 뭉친 사람 같았다.
그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젊은이들이 분신자살을 하고, 또 이런저런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소위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스웨덴 국민들이 믿었돈, 그리고 그 믿음에 따라 세웠던 무언가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들이 한 일이라곤 이미 잊혀버린 이상을 기념하는 기념비 뿐이었다. 이제 그를 둘러싼 사회가 무너지고 있었다. 정치체계가 전복되는 중이었고, 이제 어떤 걱축가가 나타나 새로운 건축물을 세울지, 그건 또 어떤 체계가 될지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름날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끔찍했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억하기 보다는, 잊어버렸다. 이제 집은 안락한 가정이 아니라 도피처였다. 경찰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교도소도 다른 제복을 입은 사람들, 민간보안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관리할 예정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말이야.” 한손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하게 평범한 사람들이, 한 꺼풀만 벗기니 정신이 망가진 야수더란 말이지. 프랑스의 어떤 남자는 말이야. 탄광의 십장이었는데 사람을 죽인 다음에 배를 가르고 거기에 자기 머리를 넣어서 질식해 죽으려고 했대. 예를 들자면 그런거야.”
스웨덴은 물질적인 면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났고, 대부분은 스스로의 힘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발란데르가 어릴 때만 해도 답이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들이 ― 비록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종류의 가난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지금 진보가 잠시 멈칫하고 복지 국가의 명성이 서서히 깎이고 있는 시점에, 그동안 잠잠했던 정신적 가난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람이 자살을 하는 이유 중에 우리가 빼먹은 게 하나 있었어요, 사는 일에 지쳤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