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uragawa 2017. 2. 20. 22:19

그는 자신의 젊음을 능력과 바꾸었고, 절망으로 성공을 빚어냈다. 그러나 삶은 젊음과 함께 그의 사랑이 지녔던 신선함까지 앗아가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분별 있는 일’ 中



그들은 호텔 베란다에서 저녁을 먹었다. 하늘은 어두웠고, 그들을 감시하는 낯선 신의 존재가 가득 느껴졌다. 호텔 모퉁이에서 밤은 지나치게 낯선 소리들로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네갈의 북소리, 원주민의 피리 소리, 이기적이고 여성스러운 낙타 울음소리, 낡은 타이어 신발을 신고 달려가는 아랍인들의 발소리 그리고 배화교도의 울부짖는 기도 소리까지.



중독성은 언제나 어두운 곳보다 밝은 곳에서 드러나지. 
-해외여행 中



악을 부추기고 낭비를 조장하는 취향이 꼭 어린애들 장난 같았다. 갑자기 그는 ‘방탕’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 무엇인가 유(有)를 무(無)로 만들어 버리는 것 말이다.



찰리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야기를 해나가면 나갈수록 그녀의 혐오감은 점점 뚜렷해졌다. 그녀는 인생에 대한 모든 공포를 하나의 벽으로 쌓아 그것을 찰리 쪽으로 향하게 하고 있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책망은 어쩌면 몇 시간 전 요리사와 뭔가 옥신각신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찰리는 이렇게 자신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분위기 속에 오노리어를 맡겨 두는 것이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런 적대감은 어떤 때는 말로, 어떤 때는 고개를 젓는 모습으로 조만간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다시 찾아온 바빌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