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밤의 나라 쿠파

uragawa 2014. 12. 11. 13:45

“나 이제 정신 차렸어. 내가 정말 미쳤나 봐. 여보, 우리 다시 시작해.” 아내는 바람을 피운 사실을 반성하고 말했다.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친구들과 강습을 나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낮에 곧잘 나가 젊은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꽤 오래 사귄 것 같은데 남자에게 돈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진실한 연애라기보다 서로 노는 관계였던 건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발각되었을 때, 나는 오래도록 속아 온 사실에 놀라서 내가 봤던 가정의 모습은 환상이었나, 하고 망연자실해졌다. 내가 기업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사이에 우리 집 주식은 폭락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이란 위기에 처하면 주위의 누군가와 의논을 하고 싶어 하는 생물이니까. ‘의논을 하는 
편이 좋을까?’ 하는 것조차 의논하고 싶어지는 거 같아.”



최근에 직장에서 있었던 일에 관한 기억이었다. 매년 열리는 어떤 대규모 행사의 준비를 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다른 부서 부장이 내선 전화를 걸더니 “매년 일손으로 우리 직원을 파견했는데 이번 해부터는 안 보내려고.”라고 선언했다. 그 부장은 얼마 전에 그 부서로 이동해 와서 의욕이 대단한 것 같았다. “그 일은 우리 부서가 맡을 게 아니야.”라고 잘라 말하는 바람에 나는 그러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일로 배운 것이 있다고 한다면 ‘부장이 바뀌면 방침도 바뀐다.’라는 점일 것이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나 적응하게 되어 있어요.” 한참 전에 새로운 부서로 이동해 와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을 때,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여직원이 위로를 해 준 적이 있었다. 나는 지금,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표지판은 물론, 길조차 없는 땅을 걸어가기란 무서웠다. 영원히 걸어가야 하는 것 같아서. 어디서 픽 쓰러질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 공포는 조금 걷다 보니 사라졌다. 최근에는 아내의 배신에 관한 사건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내심 갑갑했던 건지도 모른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해방감은 공포보다 편안함을 안겨 줬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낚시를 즐기는 이상으로 기분이 편해졌다. 길 없는 황무지를 간다. 이 또한 유쾌한 체험이었다.



지금까지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태평하게 굴더니 자기에게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안 순간 ‘그건 안된다.’ 라는 게 참 단순하고도 알기 쉬웠다.



“인간은 참 긍정적인 것 같아.” 나는 말했다.

“그런가 싶으면 굉장히 비판적이 되기도 하고 말이지. 중간이란 게 없어.” 이렇게 한탄한 것은 갈로였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스스로 판단해라.” 복안 대장은 고고를 빤히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게 
중요하다.”



“나를 믿을지 말지는 너희 자유다. 매사에 의심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면 나중에 혼쭐이 나지. 언제나 의심하는 자세를 가져라. 그리고 어느 편에도 
서지 마라.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의견이나 똑같이 의심하는 것이다.”



“그렇지. 우리는 헤매기 위해서가 아니라 찾기 위해 온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