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경험상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엉뚱하고 설익은 추측과 성급한 오판에서 나왔다.
요나스는 볼펜이 싫었다. 볼펜으로 그리면 지울 수가 없다.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다. 한 번 그린 그림이 영원히 남는다.
“이제 뭘 하죠?”
“찾아야지.”
“뭘요?”
“뭘 찾을지는 생각하지마.”
“왜요?”
“뭔가를 찾는다고 생각하면 다른 중요한 걸 놓치기 쉬우니까. 마음을 비워. 발견하고 나면, 자기가 뭘 찾고 있었는지 알게 될거야.”
타인들의 충동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왜 늘 저렇게 번들거리는 땀으로 한 곂 덮여 있는지 궁금했다. 마치 자신들의 파렴치함을 거짓으로 부끄러워하는 가식 같았다.
“일종의 아프리오리 a priori 조사를 나온 거요?” 스퇴프가 가장 작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싱글 몰드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였다.
“뭐라고요?” 해리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해답에서부터 시작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대로 조사해 나가는 거 말이오.”
“그게 아프리오리의 뜻인가요?”
“알게 뭐요. 그냥 라틴어 발음이 좋아서 쓰는 거지.”
“마티아스랑 잘 안 돼. 그이는 아무문제 없어. 완벽하지. 문제는 나야.”
“뭐가 문젠데?”
“그걸 알면 좋게? 마티아스를 볼 때면 여기 내가 꿈꾸던 남자가 있구나 싶어. 그 사람은 내 마음에 불을 지르지. 난 그의 마음에 불을 지르려다가 하마터면 그이를 때릴 뻔했다니까. 너무 심심했거든. 이해가 가? 모든게 너무 좋고, 너무 올바르지만 난 못하겠어…….”
헤리는 할보르센에 대해 무언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를 잊지 않았음을 보여줄 만한 말. 하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베아테는 그런 해리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다.
“잘 지냈다가, 그럭저럭 지냈다가, 끔찍했다가 그래.” 해리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언제 묻느냐에 따라 달라.”
“그럼 오늘은요?” 베아테는 텔레비전 모니터로 몸을 돌려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 사람들이 스토로 쇼핑몰을 향해 뒤로 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어. 날 뒤에서 조종하는 놈을 추적하는 기분이야. 모든 게 엉망이고, 나는 정확히 그놈이 원하는 대로 하고 있지. 그런 기분 알아?”
카밀라의 말투가 어찌나 경멸에 가득 차 있었는지 에리크는 움츠러들었다. 홀레 반장과 대화를 나눈 후에 움츠러들었던 것처럼.
그는 세탁법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고온으로 세탁해버린 담요였고, 카밀라가 덮기에는 너무 작아져서 무용지물이 됐다. 그리고 그것만큼이나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또 다른 사실은 지금 이 순간, 에리크는 그 어느때보다도 그녀를 사랑했으며, 그녀는 절대 그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화해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