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 죄책감을 가리키는 미터기가 달려 있다면, 이 순간 바늘이 크게 왼쪽으로 꺾이며 일단 제로를 가리켰을 것이다. 하지만 바늘은 금세 오른쪽으로 돌아가 임계점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 나는 내 생각과는 다른 장소에 서 있었다. 시게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의식이 형용할 수 없는 뭔가에 의해 흐려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손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미우라를 쉬지않고 가격한 오른손이다. 설명하기 힘든 불쾌감이 들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폭력 그 자체에 대한 혐오가 아니었다. 오히려 폭발의 방아쇠가 된, 내면에 존재하는 스스로에 대한 위화감이었다. 목격_부상한 남자 “밀실이란 추리소설에서 쓰는 기법의 하나로, 닫힌 공간에 타살 시체가 있지만 범인이 없고 심지어 침입이나 탈출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