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1의 비극

uragawa 2014. 10. 21. 23:37

내 마음 속에 죄책감을 가리키는 미터기가 달려 있다면, 이 순간 바늘이 크게 왼쪽으로 꺾이며 일단 제로를 가리켰을 것이다. 하지만 바늘은 금세 오른쪽으로 돌아가 임계점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 나는 내 생각과는 다른 장소에 서 있었다. 시게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의식이 형용할 수 없는 뭔가에 의해 흐려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손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미우라를 쉬지않고 가격한 오른손이다. 설명하기 힘든 불쾌감이 들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폭력 그 자체에 대한 혐오가 아니었다. 오히려 폭발의 방아쇠가 된, 내면에 존재하는 스스로에 대한 위화감이었다.

목격_부상한 남자





“밀실이란 추리소설에서 쓰는 기법의 하나로, 닫힌 공간에 타살 시체가 있지만 범인이 없고 심지어 침입이나 탈출 흔적도 없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단단한 벽과 문과 창이 있는 상자 같은 방에서 모든 잠금장치가 안으로 잠겨 있는데 범인이 없다는 게 전형적인 도식이죠. 물론 범인이 연기처럼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에 거기에는 속임수, 트릭이라 불리는 게 존재합니다. 추리작가라는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이 밀실 트릭이라는 걸 무척이나 좋아해서 동서고금에 걸쳐 밀실 테마를 다룬 추리소설을 엄청나게 많이 썼죠. 그 셀 수 없으리만치 무수한 트릭을 분류하고 정리해서 이 잡듯 샅샅이 항목을 정리해가는 작업을 추리소설 팬들은 밀실 강의라고 관용적으로 부르곤 합니다.”

증인_호출된 탐정





그렇다. 끔찍하게 비열하고 추악한 이기주의자가 여기 있다. 착한 인간이란 가면을 쓴 기생충. 위선이란 갑옷을 입은 비겁한 사기꾼. 그게 나다.

폭로_무너져 내린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