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둘러싼 시간이 부드럽게 녹은 사탕처럼 늘어날 듯이도, 탱탱하게 당겨진 가는 실처럼 조금이라도 힘을 더 주면 끊어져 버릴 듯이도 느껴졌다. 부모자식 관계는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끊어진 듯 보일 때에는 언제나 본인들밖에 모르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끊지 않는 편이 마음의 부담은 훨씬 적다. 친척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향도 그렇다.-제1장 재회 中 이렇게 창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 온다. 아버지와 아들. 특히 서른을 넘은 뒤 내 얼굴은 아버지와 무척 닮아졌다. 그 무렵 아이였던 나는 몰랐다. 어른의 마음이 그리 부서지기 쉽다는 것을. 어른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확고한 존재가 아니며, 한 사람 한 사람은 발붙일 곳이 위태위태하다는 것을.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