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오늘이 그날이다.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영영 떠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여행 가방에 들어가는 만큼만 짐을 꾸린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생각하면서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렇게 생각하니 두렵고도 자유롭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현재 삶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이곳에 남아 있을 수는 없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알 수 없어서 걷기 시작한다. 자신과 게임을 하기로 한다. 어디로 향하든 다음 골목에서 왼편으로 꺾은 다음 다시 오른편으로 꺾어 처음 나오는 교차로에서 곧장 앞으로 갈 것이다. 도로 표지판을 보지 않는 대신 교차로마다 가장 좁은 길을 택한다. 사람들이 가장 덜 다니는 길을 간다. 어지러움을 느끼다 못해 발작을 일으킬 것만 같다. 지금 무엇을 하는 거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