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라는 개념이 갑자기 비현실적이라기보다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불이 언제 꺼질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면, 불이 꺼질 때까지 책을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당신이 책에 관해서 가장 먼저 의식하게 되는 것은 책이 가진 힘이고, 책의 힘이란 결국 생각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직 시드니 대학교에 다니던 1950년대 후반에는 스노의 소설을 알고 있어야 교양인 대접을 받았다. 당시 나는 스노의 소설들을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충격적일 정도로 지루했다. 오죽하면 지금도 스노의 소설은 다시 도전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는 최근 큰딸에게 주려고 퍼모의 대표작 『선물의 시간(A TIme of Gifts)』을 헌책방에서 샀다. 큰딸이 다 읽고 나면 책을 빌려 달라고 해서 다시 한 번 읽어 볼까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