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닭날개살과 삼겹살, 돼지고기 다짐육이 든 팩 포장을 바구니에 넣은 뒤, 유코는 다른 진열대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는 붐볐다. 유코는 앞에 선 젊은 여자의 바구니를 무심코 들여다보았다. 스파게티, 야키소바, 인스턴트 파스타 소스가 두 종류, 건포도 빵, 팥빵, 푸딩, 양파, 카레 루, 비엔나소시지에 컵라면. 그야말로 딴 데 한눈팔다가 이렇게 됩니다, 하는 전형 같은 쇼핑 목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뭐든 장바구니에 넣는 데서 벗어난 해방감과 쾌감을 문득 떠올렸다. 마키코를 울린 이후, 가즈키는 마키코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로 했다. 마키코의 이야기에는 출구가 없고, 단순히 월급 면에서 다그치는 것 같아서 화가나고 주눅이 들었다. 사람과 대화하고, 사람과 식사..
한밤의도서관
2015. 12. 16. 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