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신기루를 본 것이다. 그런 기분이었다. 끝났다고 아쉬워할 만한 관계도 아니었다. 기자들에게 얻은 믿음은 불면 날아갈 만큼 가벼웠다. 미카미 역시 홍보 개혁을 통해 기자들에 대한 혐오감이 사라졌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64’ ‘14년전’ ‘아마미야 쇼코 유괴 살인사건’을 가리키는 기호로, D현경 관내에서 처음 일어난 강력 범죄사건이었다. 몸값 2천만 엔을 고스란히 빼앗겼고, 납치된 일곱 살배기 소녀는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직 범인은 붙잡히지 않았다. 바깥에는 자극이 있다. 빛이, 계절이, 사람들의 생활이 있다. 온몸이 갈가리 찢기는 불안과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새로운 발견이 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얼굴, 아무것도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아마미야가 빼앗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