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자기에게도 시한부 인생이 선고될 날을 상상해본다.화창하게 갠 날이라면, 오히려 서글플 것 같다. 비가 내린다면, 너무 괴로울 것 같다. 물론 날씨를 맘대로 선택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런 건 생각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겠지만. 바라건대, 그날은 가능한 한 먼 미래이기를. 기분 좋게 잠든다면, 밤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인간에게는, 밤은 끝없이 길 뿐이다. 자기가 죽은 다음 날의 신문을 남자는 상상했다. 한 줄도 안 실리겠지. 만일 실린다고 해도, 사진도 없이 깨알 같은 조잡한 기사로, 동업자라면 모르지만, 그 누구도 읽어주지 않겠지. 그리고 한 인간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모두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겠지. 그 정도의 목숨. 그 정도의 존재.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