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라는 표현수단을 갖는 것은 하나의 언어를 획득하는 것과 똑같이 자유롭구나, 예를 들면 성냥갑 라벨, 우유병 뚜껑, 책갈피, 전단, 화장지 등의 포장지 같은 장기보존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이른바 쓰고 버리는 인쇄물 종류를 ‘프린티드 에페메라’라고 한다. 에페메라는 ‘단명한’, ‘쓰고 버리는’이라는 의미가 있어서 번역해보면 ‘하루살이 인쇄물’. 오래전부터 있었던 인쇄용어다. “좋아하는 종이는 뭡니까?” “도쿄 올림픽 전에 변소(!)에서 쓰던 휴지와 옛날 만화 잡지에서 쓰던 종이.” “색깔을 늘리면 늘릴수록 변명할 여지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설명할 여지가 없는 한 가지 색깔이라는 범주에서 얼마나 뛰어난 디자인을 해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요.” “행복한 우연과 그리고 역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