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카이치 2

명탐정의 저주

그때 벽에 걸린 뻐꾸기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의외로 정확한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뻐꾸기 시계란 으레 망가져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전에 살던 세계에서 내가 해 왔던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대체 무엇을 그리도 열심히 해 온 것일까. 소설을 통해 매력적인 세계를 구축해 보려고 했지만, 매력적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세계? 그렇다면 언제쯤 만족하게 되는 걸까.-위원회 中 쓰노야마와 협의하면서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리얼리티, 현대적 감각, 사회성. 이 세 가지를 큰 축으로 삼고 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추리 소설계는 살아 남을 수 없어요. 트릭이라든지 범인 알아맞히기 따위로는 어렵습니다." -에필로그 中 도서상품권으로 서점에 가서 산 ..

한밤의 도서관 2011.08.02

명탐정의 규칙

“흔히 말하는 ‘다잉(Dying) 메시지’라고.” “골치 아프지요, 그 패턴은." “그렇지, 뭐.” 나도 얼굴을 찌푸린 채 동의했다. “작가 입장에서는 손쉽게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서스펜스를 높여 주는 효과도 있으니 편리하겠지.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져.” “당연히 부자연스럽죠. 도대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메시지 따위를 남길 여유가 있겠어요?” “자, 자, 우린 그저 참고 또 참으며 인내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어. 현실 세계에서도 죽기 직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알리려는 피해자가 한두 명 정도는 있을 수 있잖아.” “그런 것까지는 봐줄 수 있어요. 하지만 왜 죽기 직전에 남기는 메시지가 암호여야 하지요? 범인의 이름을 정확히 써 놓으면 안되나요?” 최후의 한마디-..

한밤의 도서관 201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