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다잉(Dying) 메시지’라고.”
“골치 아프지요, 그 패턴은."
“그렇지, 뭐.”
나도 얼굴을 찌푸린 채 동의했다.
“작가 입장에서는 손쉽게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서스펜스를 높여 주는 효과도 있으니 편리하겠지.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져.”
“당연히 부자연스럽죠. 도대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메시지 따위를 남길 여유가 있겠어요?”
“자, 자, 우린 그저 참고 또 참으며 인내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어. 현실 세계에서도 죽기 직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알리려는 피해자가 한두 명 정도는 있을 수 있잖아.”
“그런 것까지는 봐줄 수 있어요. 하지만 왜 죽기 직전에 남기는 메시지가 암호여야 하지요? 범인의 이름을 정확히 써 놓으면 안되나요?”
최후의 한마디- 다잉(Dying)메시지 中
“근데요, 이번 스토리는 뭔가 허술해요. 원작은 분명 좋았을 텐데.”
“원작은 제목이 뭐지?”
“유폐된 계절.”
“상당히 함축적인 제목이네. 드라마도 그 제목 그대로 갈건가?”
“드라마 타이틀은 ‘꽃다운 여사원 온천 안개 살인 사건’이래요.”
나는 흠칫하다 그만 폭포 속으로 빠질 뻔했다.
“도대체 그게 뭐야. 왜 유폐된 계절이 꽃다운 여사원이야, 온천 안개는 또 뭐고.”
“그게 끝이 아닌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꽃다운 여사원 온천 안개 살인 사건. 삼각관계 끝에 찾아온 죽음은 과연 자살인가 타살인가. 은밀한 온천을 습격한 공포와 애증의 미로. 여대생 탐정 덴카이치 아리사와 헛다리 경감 등장‘ 이에요.”
여사원 온천 살인 사건- 두 시간 드라마의 미학 中
“본격 추리 소설에서 토막 살인을 다룰 경우엔 역시 그 이유가 포인트겠죠. 왜 시체를 갈기갈기 찢었나, 이 점에 대한 멋지고도 그럴듯한 설명이 없으면 소화불량으로 끝나 버리지요.”
절단의 이유 - 토막 살인 中
“누군가 아버지의 목숨을 노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결코 남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할 분이 아닙니다.”
지로는 미간을 좁히며 무거운 말투로 얘기했다.
‘그런 인간일수록 아무 거리낌 없이 나쁜 짓을 저지르는 법이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나왔다.
내가 그를 죽였다 - 불공정 미스터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