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마친 다시로 씨는 옆에 있는 바둑실로 갔다. 그러나 상대가 없어 바둑을 둘 수가 없었다. 고령자 몇 명이 바둑을 즐기고 있었지만 다시로 씨는 그 사이에 끼려고 하지 않고 바둑실 안쪽에 있는 책장으로 향했다. 소설과 기행문 등이 꽂혀 있는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더니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결혼식에 가면 축의금을 내야 하지 않습니까? 장례식에 가면 조의금을 내야 하지 않습니까? 돈이 없으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없습니다.”친구들과의 식사 모임에도 참가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고, 슬프고, 비참했다. 돈이 없기 때문에 친구라는 ‘유대’가 단절된 것이다. “이제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다고 생각하면 죽고 싶어질 때도 있지요. 왕진을 하러 오신 의사 선생님한테 이렇게 걷지 못하는 몸이 되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