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3월, 잘 맞지도 않는 구두를 질질 끌면서 역으로 향했다. 스타킹에 물이 튀겨서 기분이 나빴다. 나는 이 스타킹이라는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무르기 쉬운 피부를 이런 정체 모를 것으로 감싸다니!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면접관은 하기와라 쇼켄을 닮았다. 나는 그의 긴 손눈썹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기에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저 그랬을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때는 얼마든지 ‘무난한’ 인간이 될 수 있다. “뚱뚱한 사람이 와구와구 먹고 있는 걸 보면, ‘아유, 그렇게 먹으면 안 되지’ 하고 걱정이 돼서 가슴이 아파. 영양사가 되어 식이요법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나 정말 뚱보를 좋아하는 성향일까?”-지망 中 4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