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한 인간의 얼굴은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고토미와 먹은 마지막 저녁 반찬이 왜 떠오르지 않을까. 부모님의 시체를 따라 학교까지 걸어가면서 노부유키는 생각에 잠겼다. 미카를 만나러 가는 일로 머릿속이 가득 찼기 때문인다. 밥은 언제든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미카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평상시와 다름 없는 아침을 맞을 거라 생각했다. 나미코는 전에 회사에서 일할 때도 신입사원을 대하는 게 힘들었다. 업무 흐름을 전혀 모르는데다 몇 번을 가르쳐줘도 한동안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나도 그랬다, 신입사원이 업무에 백지 상태인 건 당연하다. 스스로를 그렇게 설득하면서도 안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상대의 속을 떠보고, 경쟁상대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원만한 가정생활을 넌지시 암시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