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처럼 도서관에 가기 위해 여행지를 고른 적은 없지만 여행지에서 도서관을 만나면 일단 들어가고 본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방전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으며 화장실까지 해결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마실 물이 있고 앉아서 쉴 만한 의자가 있다. 서가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살펴보는 건 맨 나중 일. 책을 둘러보기 시작하면 도서관에 발이 묶이기 십상이니 아쉬워도 간단하게 일별한다. 도서관에는 분명히 좋은 책이 많이 있다. 하지만 모든 좋은 책이 내게 영감을 주진 않는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 순식간에 내 경험이 될 수 없고, 아무리 훌륭한 작가의 인생 좌우명이라 해도 단숨에 본받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흠 없고 진실한 문장이어도 나와 그 문장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