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살이 되어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갑자기 내장 기능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거나, 밤길에 간발의 차로 폭주 차량을 피했다거나 하는 일 따위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진이 좀 빠지긴 했지만 어쨌든 살아서 이 나이를 넘기고 싶었기 때문에 방심은 하지 않았다.
나는 사랑을 파는 게 아니다. 대가에 걸맞은 서비스를 팔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마음은 돈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이 세상에 돈과 얽힌 분쟁들이 그토록 많겠는가? 돈이 마음의 표현이라서 사람도 거기에 배신과 증오를 투영하는 게 아닌가?
너는 매일 아침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오늘의 운세 코너를 본다고 했지. 운명을 믿냐?
……생각해보니 사랑을 믿느냐고 묻는 것만큼이나 쑥스러운 질문이네. 나는 믿고 싶지 않다. 운명도, 사랑도. 어느 쪽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까. 혹은 “그게 그거였던가?” 하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은 거니까. 그런 거라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충돌했을 때는 어차피 모든 것이 끝나 있다.
러 브 리 스
무엇이 행운으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그 결과 지금 이곳에 있지만, 별로 후회하지 않는다. 그저 똥을 밟은 것뿐이다.
내 모습을 아무도 모른다. 그 점이 좋다. 아무도 내 진짜 직업을 모른다. 아무도 내 진실한 생활을 모른다.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당신도 한번 해보면 알걸.
가짜 연기를 계속 한다는 자극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이누야마와 이야기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게는 추억을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 예를 들면 로켓이라는 개를 키웠다는 것. 어릴 적, 내 눈에 비친 고향 풍경. 학교생활. 그런 기억도 전부 내가 멋대로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내 기억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것이 되어, 변형하거나 소멸해도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알아차리는 사람도 없다. 기억을 공유하는 상대가 없으니까.
로 켓 에 대 한 추 억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같은 1분이어도 애가 탈 정도로 길 때가 있는가 하면, 눈 깜짝할 사이일 때도 있다.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시간의 무게와 잔혹함을 의식하지 않고 흥흥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어려도 시간에 짜부라질 것 같은 경험을 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나는 전철이 강 위를 지나가는 것을 볼 때 마다 가슴이 설렌다. 저 다리가 절대 무너지는 일이 없을 거라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디 스 턴 스
확신을 갖고 3개월 후의 자기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운석이 부딪치지 않더라도 그 전에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죽을지도 모른다. 3개월 후에 죽는다는 걸 알고 있어도 그때까지는 생활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입 강 은 녹 색
종말에 직면하면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즉,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일상을 유지하는 사람과 마음껏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불꽃처럼 흩어지려는 사람.
도 착 할 때 까 지
나에 대한 원숭이의 헌신과 배려,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어.
태어난 곳에서 멀리 떠나, 그래도 “이 사람하고만큼은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할 만한 상대는 나한테 없다고.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버리고, 중력과, 고향을 뿌리치고.
꽃
대부분의 사람은 이성과 상식으로 감정을 제어한다.
나는 모모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감정이라는 것은 이성에 따라 생겨나는 거라고.
이성과 상식이 모호한 모모에게느 감정 역시 모호하게 존재했다.
모모는 쉽게 뜨거워지지도 차가워지지도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그때 자신의 마음에만 충실하게 행동할 뿐이다. 이유가 될 만한 감정은 아무것도 없는 채로.
그렇게 생각하니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은 운석 그 자체가 아니라 운석을 무서워하는 인간의 상상력인 것 같았다. 실제로 아직 운석은 부딪히지 않았는데 일상은 여기저기에서 망가지기 시작하고 있다.
해야 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적어도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앞으로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죽는다고 생각하면, 좀처럼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 리 운 강 가 마 을 의 이 야 기 를 해 볼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