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유리고코로

uragawa 2012. 6. 29. 09:00

유리고코로는 제 속에서, 저만의 언어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니까요. 정정할 수도 없고, 이제 어찌할 도리도 없습니다.

그것은 평소의 제게 부족한 모든 것,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누군가의 목숨이 사라질 때 생기는, 그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나타내는 데 그보다 좋은 단어가 있을까요.




저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잠자코 서로의 눈을 보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지만, 둘 다 선명한 각성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어릴 때 혹이 있었던 제 목덜미는 딱딱해지고 심장은 두근두근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미쓰코도 저도 인간으로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탁한 연못 밑바닥에 사는 추한 메기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때만큼은 수면에 떠올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햇살 속에서 세상의 바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만은 제대로 된 인간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순수한 공포를 느꼈다. 이것은 현실일까? 오랫동안 함께 산 그 아버지의 얼굴도, 어머니의 얼굴도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의식을 바로잡으려 해도 눈도 코도 없는 시커먼 일면만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아버지라고 부르고, 어머니라고 불렀던 그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