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관람’한다는 건 매번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이동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렸던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그렇지 않다. 그 소란과 적막을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생활은 계속되는 것이다.
- 삿포로의 빛 中
“만약, 만약 말이야, 우리 둘이 헤어지면 그 후엔 어떻게 지내게 될까?”
......
“모르겠는데.”
나는 대답했다.
“그냥, 굉장히 조용한 오후가 찾아올 것 같아.”
“조용한 오후?”
“그래. 바람도 물결도 없는, 완전히 평온한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그런 시간.”
돌이킬 수 없는 나날을 그리워하고 필사적으로 끌어 모아도 결국은 공허한 적막만이 남을 뿐이다. 추억이란 아무리 열심히 짜 맞춘다고 해도 한 장의 퍼즐과는 비교할 수 없다.
- 이별 후의 고요한 오후 中
달리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목표로 삼을 만한 것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흘러넘치는 시간을 오직 어서 낭비해 버리고 싶었다. 그 무렵의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로 표현 한다면 그런 것이었으리라.
- 공의 운명은, 북으로 中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말과 전해서는 안 되는 말. 그 사이에 끼었을 때 늘 가벼운 현기증 같은 것이 나를 습격했다. 물론 쓸데없는 소리라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그보다 나은 것도 없을 테지만 만약 이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그런 식으로 과묵하게 살고 있다면 세계는 얼마나 지루한 것이 되어 버릴까?
과묵한 노래라는 것이 있을리 없다.
과묵한 시라는 것도 있을리 없다.
의미가 있는 그렇지 않든 세계는 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말을 가슴 가득 품고 있는 인간들로 차고 넘친다.
그럼 나는 어느 쪽일까?
“그게 말이야. 왠지 괘종시계에서 들리는 시간은 슬퍼.”
“그래, 확실히 그런 것 같다.”
“그 째깍째깍 들리는 소리가 작은 비명처럼 들릴 때도 있어.”
“어, 누구 비명?”
“괘종시계지 뭐.”
-슬프지 않은 시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