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uragawa 2009. 11. 6. 00:19

과학 기술의 진보 등은 속임수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대단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소비는 악덕이며, 문명이 소비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옛날처럼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불필요한 것을 생각하거나 현실에 있을 법하지도 않은 것을 공상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이며, 일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것 역시도 악덕이다 더구나 서브컬처는 죄악이다
- 어두워질 때까지 中



우리는 어리석은 생물이다 하얀 화면과 상자 안에서 공허한 망상에 빠지고, 뇌만 비대해져 존재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고, 폐쇄된 공간에서 하찮은 것으로 쾌락을 추구하고, 손도 발도 내장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거세된 듯한, 유령 같은 인간이 세계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향락적으로 피부를 노출하고 춤추는 사람들. 죽 늘어선 하얀 화면을 홀린 듯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 숲 같은 고층 빌딩 무서운 얼굴을 하고 같은 방향으로 일제히 걸어가는 사람들)

우리는 어리석은 생물이다 이미 우리는 실패했다 우리는 진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다루지 못하는 것 따위는 어차피 불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손을 움직이지 않는 자, 자신이 먹을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에게 살아갈 자격 따위는 없는 것이다.
- 굿모닝 바빌론!



사랑을 떠드는 자식은, 어차피 자신밖에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말을 내세워 상대의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사랑은, 타인을 소유하고 관리하고 복종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 우리는?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걷는 것, 나아가는 것, 땅위에 체중을 싣는 것. 그것이 이다지도 무서운 일이었다고는....... 한 발을 내밀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태어나서 수도 없이 반복해온 그 행위가 지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발뒤꿈치에 딱딱한 것이 느껴지고, 쨍 하는 소리가 울린 순간, 다리가 날아가고 팔이 날아가고 코가 날아간다 그렇다, 분명... 분명, 나는 밟을 것이다 지뢰를 밟게 될 것이다. 모두가 앗, 하고 소리친다 피투성이가 된 자신이, 검은 연기 속에서 괴롭게 뒹굴고 있는 영상이 예고편처럼 반복해서 머리에 떠오른다

- 나인 투 파이브



인간은 정말로 무엇에든 익숙해진다 위험에도, 공포에도. 익숙해진다는 말에 어폐가 있다면, 마음속에서 선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해야 할까 위험 그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공포를 자기 안에 있는 하나의 방에 밀어 넣고, 방 밖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 수건돌리기”
모두 의아해하는 모습에, 만족스러운 듯한 후쿠미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해본 적 없어? 어릴 때 말이지 빙 둘러 앉아 서로의 표정을 엿보는 긴박감 몰래 등 뒤로 다가오는 그림자 떨어뜨리는 척하면서 사실은 옆의 아이 뒤에... ... .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남을 속이지 인생의 어려움이나 인간 행동의 허실을 체감하게 하는 멋진 게임이다 옆집의 아케미는 사람을 속이는 기술이 상당히 능숙했지 늘 내게 페인트를 뒤집어쓰게해서 도깨비를 만들곤 했어 그뒤에 다가가 손수건을 떨어뜨렸을 때의 희열.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액션. 나는 어렸을 때 이것만큼 흥분했던 게임이 없었지”
- 천국은 기다려준다




모래를 씹는 일상, 성과가 나지 않는 노동, 보이지 않는 내일, 만성적인 절망 살아가는 건 정말로 괴롭죠. 그러한 일상에서 구원해 주는 것은 뭐지? 인생에 피는 한 떨기 장미꽃이 되는 것은 뭐지? 사막의 한구석에서 한때의 오아시스가 되는 것은 뭐지?

-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늘 달리고 있었군

아키라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입학시험 때도 달렸다 입학식 때에도 다리 위를 달렸다 수업에서도, 실력 테스트에서도, 우리는 달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 속을 긴장된 공포 속을 갯빛의 폐쇄 속을. 우리는 늘 무턱대고 계속 달려왔다 지금, 이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 오즈의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