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나는 그렇게 생각해 (2021)

uragawa 2022. 2. 8. 22:30

텍스타일의 모든 요소는 자연에 기댄다. 쓰이는 재료가 모두 땅에서 자라고, 일상에서 피어나는 예술임과 동시에 강렬한 노동이다. 그래서 농사일과도 닮았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는 ご祝儀貧乏(고슈기빈보), 引越し貧乏(힛코시빈보)라는 말이 있다. 고슈기빈보는 잦은 결혼식 참석과 축의금 지출로 가난해진 사람, 힛코시빈보는 잦은 이사로 과다한 이사 비용을 지출하게 되어 가난해진 사람을 뜻한다. 그런 말이 있을만큼 일본은 축의금과 이사 비용이 비싸다. 특히 이사와 관련된 비용들은 정말이지 독특한 문화다. 한국처럼 월세만 꼬박꼬박 내면 그만인 게 아니다. 집을 빌려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집주인에게 내는 돈 礼金(레이킨)이 있는가 하면, 계약 기간을 채운 세입자가 집을 나갈 때 그간 살면서 더럽힌 부분에 대한 수리비조로 내는 돈 敷金(시키킨)도 있다. 이 명목으로 몇 달치 월세를 미리 내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더욱이 이사 가는 동네가 먼 지방이라면 운송 비용도 어마무시하다.

 

 

 

진보초를 다녀오는 날은 보통 빈손이다. 대신 배가 잔뜩 부른 채로 돌아올 때가 많다. 왜냐고? 이유를 한 번 설명해볼까나. 헌책방 거리가 유명한 진보초는 사실 카레집과 킷사텐으로 유명하다. 동네 역사만큼 연식이 오래된 킷사텐이 셀 수 없이 많다. 첫 줄에서 별다른 목적없이 진보초에 간다고 쓰긴 했지만, 실은 간 김에 킷사텐 탐방을 하고 올까~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이 구영의 회사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ボンデイ(본디)의 카레향이 살인적이긴 해도 오늘은 아니야. 그래, 저기 줄이 길게 늘어선 さぼうる(사보루)는 어마무시한 양의 나폴리탄으로 유명하지. 그러나 오늘은 식사가 아니라 커피를 마실 거니까, ラドリオ(라도리오)로 가자.

 

 

 

책을 읽다 마음을 흔드는 문장을 만나면 주저 없이 형광펜이든 색연필이든 연필이든 사용해 하이라이트를 남겨두는 편이다. 그래서 맘에 드는 문장들이 많은 책들은 금세 알록달록해진다. 책 속에 남겨진 여러 색의 하이라이트처럼,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삶의 장면과 감각에 반응하며 그때그때 하이라이트를 긋고 싶다. 나라는 책이 알록달록해질 수 있기를. 시간이 흐른 뒤 청춘 시절에 그어둔 형형색색의 하이라이트들을 꺼내 읽으며 추억할 수 있기를. 오늘 내가 라도리오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쨌거나 일본에는 술과 관련한 재미있는 단어와 개념이 많다. 이자카야에서 저렴한 사이드류 안주를 조금만 시켜 한 잔 휙 마시고 일어나는 것을 さく飲み(사쿠노미), 일을 끝내고 술집에 들러 한 잔만 마시고 일어나는 것을 ちょい飲み(초이노미)라고 한다. 의미는 비슷하고 약간의 뉘앙스 차이인 것 같은데(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가 참 많아서 상황에 따라 정확히 해석하고 파악해 말해야 하는 게 일본어로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아무튼 내게는 초이노미든 사쿠노미든 '조금만, 한 잔'이 참 어렵다. 늘 양 조절에 실패하기 때문이지. 음식 욕심에 안주를 너무 많이 시키는 게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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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생각해(2021)



텀블벅에서 후원한 책

 

 

 

책의 장정과 디자인에 비해 내용이 너무 별로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이 이야기가 궁금해서 펀딩한 거였는데, 종이 이야기 비중이 너무 없어서 실망

 

내가 또 남으 ㅣ일기를 2만원 넘게 주고 읽고 있는 건가?

(에세이는 전문 작가의 것을 읽읍시다)


진보초 이야기 나오는 부분 보니
아, 다음 여행때는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3년이나 지나버렸다고
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