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uragawa 2020. 11. 12. 22:30

“우리는 환경과 동물이 혹사당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언젠가 인간은 자신들이 저지른 끔찍한 행위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인간이 다른 생물들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동물과 생활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몸짓과 언어로도 동물과 긍정적인 의사소통 및 접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소통을 하면 신기하게도 동물이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안에 들어가 동물과 직접 만나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동화나 디즈니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지연의 기본적이 규칙은 존중하되 진실하고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라는 얘기다.



이국적인 동물의 암시장 거래는 중동에서 늘 있던 문제였다. 안타깝게도 노변 상점에서는 말라빠져 두려움에 떠는 아기 곰이나 기운이 없어 부리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는 펠리컨 같은 동물을 단 몇 푼만 주면 살 수 있었다. 나는 언젠가는 그런 동물들을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장식품처럼 곁에 두고 싶어 한다. 불법적인 동물 거래는 그 이득액이 막대해 이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는 마약이나 무기 거래밖에 없을 정도이다. 동물 불법 거래는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기 그지없다. 사람들 손에 잡힌 동물은 자유도 정상적인 생활도 없이 야만적인 주인의 즐거움을 충족시키거나 주인의 금전적 수입을 위해 착취를 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비참하게 일생을 마친다. 더욱 끔찍한 건 그들은 그 동물을 살아 있는 생명체라기보다 물건으로 대하며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든 가차 없이 버린다는 점이다
.



날씬하고 지적인 파라는 몇 년 전 바그다드 대학을 졸업하고 바그다드에서 동물병원을 개업했다. 그녀는 기독교인으로, 무슬림 수의사들이 더럽다며 다루지 않는 개와 같은 동물을 치료했다. 무슬림은 개를 더럽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랍 세계에서는 동물원에서나 개를 볼 수 있다. 비밀경찰 무카바라트가 들이닥치기 전까지 동물병원은 그런대로 잘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비밀경찰이 들이닥쳐 파라에게 당장 동물병원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파라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보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순식간에 거리로 쫓겨났다. 동물병원 건너편에 러시아 대사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대사관을 감시하기 위한 장소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했을 뿐이다.
이라크에서는 마치 고양이가 새를 낚아채듯 정부가 사생활을 하루아침에 망가뜨리는 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여성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환멸을 느끼고 의욕을 상실한 파라는 그로부터 9개월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전쟁이 터졌다.



원칙적으로는 나 역시 동물원 자체를 지지하지 않는다. 엄격히 말해 동물원은 동물에게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동물원, 특히 제3세계 동물원은 소름이 끼칠 만큼 끔찍한 상태로 동물을 가둬두고 있다. 나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처럼 서식지 지향적인 환경을 갖추고 교육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과학적인 동물원을 지지한다. 사실 나는 동물들을 위해 바그다드까지 찾아왔지, 동물원을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동물원 시설 자체를 개선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나는 바그다드 동물원에서 겪은 일련의 일들로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인류가 지구에 행하고 있는 자살 행위와도 같은 짓에 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내가 바그다드에서 가장 절실히 깨닫게 된 점은 이것이다. ‘문명화’된 인간이 야생동물을 그렇게까지 끔찍하게 학대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는데, 대체 이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악행이 가해지고 있을까?



자연은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를 만난 것이다. 환경을 바꾸고 ㅜ디집어 놓는 인간의 능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우리는 우리가 확보한 기술적 우위를 무자비하게 휘둘러 자연계를 정복하고 마음대로 짓밟고 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기술발전과 물질적인 부, 과학 발전을 추구해온 탓에 인간 자체가 소외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다른 동식물의 특징이나 생태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자연을 남용하고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행위가 인간의 존재 자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유일한 고향인 지구에 왜 이런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대부분 본능적으로 자연에 감정을 이입한다. 모든 사람이 동물에 대한 잔악 행위를 반대하고 신선한 공기와 넓은 공간, 오염되지 않은 강, 건강하고 살기 좋은 지구를 원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이렇게 학대하는 것일까?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모든 생명체의 공통분모는 생존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지구에서의 생존은 다른 생명체와 목표를 공유할 때 가능하다. 어느 누구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생명’이라는 배에 함께 타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경계도 없고, 인간과 자연의 경계도 없다.



지구와 동물 그리고 환경파괴를 지켜보노라면 머리가 아찔해진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거든 아프리카 열대우림으로 날아가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얼마나 심하게 벌목작업이 벌어지고 있는지,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태워버린 자국이 얼마나 많은지, 소중한 그 땅으로 인간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밀고 들어가고 있는지 그 현장을 보아야 한다. 아니면 공해로 아이들이 쉴 새 없이 기침을 해대는 동유럽으로 가보거나 동물의 권리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중동 지역으로 가보아야 한다. 여행을 떠나기 어렵다면 인터넷으로 대신해도 좋다.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보기 전에 먼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전 지구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이러한 비극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러 나라 정부에서는 우리의 일부인 야생의 땅에 대해 ‘자원 활용’ 같은 말만 들먹이고 있다.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다. 우리를 구하러 올 지원군은 없다는 점이다. 우리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인간은 모두 지구 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왜 우리는 우리의 고향인 지구를 아무 생각 없이 학대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안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생명에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은 머나먼 열대우림에서 일어나고 있는 벌목을 두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며 분개한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우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우리가 바그다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소수의 사람들이 아주 거대한 변화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가 지구를 지키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지금 우리가 처한 이 위험한 상황을 깨닫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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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Babylon's Ark: The Incredible Wartime Rescue of the Baghdad Zoo(2019)



도서관에서 대여한 전자책.


+ 작가 소개 +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바그다드에 있는 동물들이 위험에 처했으리란 사실을 직감하고 이라크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언제 죽음이 닥쳐올지 모르는 전장을 반년 동안 돌아다니며 동물들을 구조하고 동물원을 복구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앤서니의 활동은 CNN, CBS, BBC 등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의 실상을 널리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UN으로부터 ‘지구의 날 메달’ ‘지구 트러스티 상’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 2월 코뿔소 밀렵 실태를 알리는 행사를 준비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죽음 직후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살던 코끼리들이 찾아와 이틀간 그의 집을 둘러싸고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생전에 설립한 국제 환경단체 ‘어스 오거나이제이션(The Earth Organization)'이 그의 뜻을 이어받아 자연환경 보존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
책 초반에 코끼리 에피소드 읽고 눈물남.
코끼리 내 최애 동물이라고 ㅠㅠㅠㅠㅠㅠ



++
동물원을 지키러 간 것이 아니라 동물을 지키러 전쟁 중인 나라 가운데로 간 대단하신 분.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실화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
마지막쯤 가면 결국엔 환경파괴로도 연결되는 데
이게 다 인간의 욕심 때문 아니겠어?
ㅜㅜ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