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기획한다는 것은 결국 그 무언가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콘텐츠 기획도 마찬가지겠지요. 전전긍긍하며 키워드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콘텐츠를 기획하는 목적, 이 콘텐츠가 지금 세상에 나와야 하는 이유,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핵심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형식을 내가 명확하게 파악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콘텐츠는 어느 날 갑자기 섬광처럼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로 기획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번뜩 떠오른 것처럼 느껴진다 해도, 잘 들여다보면 그 아래에는 지금껏 쌓아 온 맥락이 있기 마련입니다. 콘텐츠 기획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연습을 통해 더 잘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속에서 의미 있고 재미있는 것을 잘 골라내어, 머릿속에서 두 손에서 이리저리 굴려 보는 과정을 즐기는 분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내 콘텐츠를 주로 접할 사람의 얼굴과 삶을 상상해 보는 일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만약 영화나 드라마 관련 리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보면서 반드시 메모를 해야 합니다.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대사와 장면, 어떤 부분에서 떠오르는 일차적인 감정이나 느낌도 적어 둡니다. 짜증 나, 이거 너무 웃기다, 쟤는 왜 저러는 거야, 저건 너무 좋네, 눈물이 나네 등등 바로 떠오르는 생각과 이 생각이 떠오르는 부분을 함께 쓰는 것이죠. 그리고 작 품이 끝난 후, 메모를 찬찬히 들춰 보며 내가 왜 그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되짚어 봅니다. 캄캄한 극장에 낮아 잘 보이지도 않는 메모지에 이런저런 글을 마구 휘갈겨 쓰고 나면 뭐라고 썼는지 저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지만, 쓰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재미있었다면 무엇 때문인지, 반대로 재미가 없었다면 또 무엇 때문이었는지 잘 고민해보고 거기서 나의 관점을 명확하게 잡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좋지 않은 무언가를 신랄하게 '까는' 콘텐츠를 읽거나 보면 속이 시원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바를 대신해서 가감 없이 비판해 주니까요. 하지만 무엇이든 그 뒤에는 사람이 있고, 따라서 선을 넘은 비판이나 비난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내가 다루는 소재와 관련된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흔하지 않은 소재를 고를수록 좋다고 해서, 아무도 모르고 나만 관심 가질 듯한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보 큐레이션에서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현재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가시화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관심 갖기 시작한 것, 뭔가 움직임이 있는 것, '경향'이라고 묶을 수 있을 만한 것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하겠죠. 일부러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꾸준히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흐름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콘텐츠를 기획할 때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거창한 까닭이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왜 그 소재를, 콘셉트를, 플랫폼을, 발행 주기를 선택했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초반에 반응이 많지 않더라도 꾸준히 채널이나 계정 콘셉트에 맞는 내용을 쌓아 가는 게 중요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여정은 분명 힘들겠지만, 좋은 콘텐츠 만들기라는 목표를 향해 의견을 조율하며 나아갈 의지만 있다면 또 그렇게 어려운 과정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좋은 협업과 아쉬운 협업을 모두 경험해 봤지만, 그 모든 협업에서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갈등했던 순간보다는 계획한 결과물을 완성하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축하했던 순간의 기억이 저에게는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콘텐츠 만드는 과정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동료가 있다는 건, 단언하건대 굉장히 멋진 일입니다.
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관심사 혹은 전문성과 관련한 키워드를 발견해야 하지만 그것이 곧 나의 모든 사적인 영역을 콘텐츠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밀한 영역까지 콘텐츠로 만들어 바깥에 내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드러내고 싶은 만큼만 나를 드러내도 괜찮습니다. 왜 우리는 나의 사적인 부분을 팔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을까요? 왜 조직 바깥에서 나의 사생활을 일부라도 콘텐츠로 만들어 팔아야 비로소 내 것을 만들어 내 일을 할 수 있다고 은연중에 믿게 됐을까요?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 읽고 보고 듣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2020)
본인의 케이스를 제일 잘 알고 있고
설명하기 쉬울 테니 당연히 제일 많이 나오는 이야기 일건대
잡지는 나한테 흥미롭지 않은 소재라
읽는 내내 설명해주는 게 눈에 안 들어옴 ㅋㅋㅋㅋㅋㅋㅋ
팟캐스트 편집에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오다시티Audacity라는 앱이 있다고...
+
저자 정말 여러 가지 콘텐츠 구상, 제작하고
만드는 것 좋아하는 분이구나 생각함. ㅎㅎ
결과물로 나오는 콘텐츠가 있다는 게 대단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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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나인 줄
캄캄한 극장에 낮아 잘 보이지도 않는 메모지에 이런저런 글을 마구 휘갈겨 쓰고 나면 뭐라고 썼는지 저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지만, 쓰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근데 이거 몇 번 이렇게 했었는데 같은 자리에 글자 몇 개씩 겹쳐 써서
뭐라고 썼는지 봐도 모르는 지경이 돼서
다크 모드 메모장에 쓰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조명 때문에 민폐라 영화 볼 때는 최대한 기억하려고 하는 중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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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 대한 다른 책도 읽고 있는데,
어느 채널이든 구독자가 늘지 않더라도
콘텐츠를 꾸준히 작성하라는 말이 있었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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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거슬리던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