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연료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웃어주고 싶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태어났으니 사는 거지만, 정말 여기는 이해할 수 없어. 이따위로 엉망인데 지금까지 유지되어왔단 말이지?
이백 그램 남짓한 무게는 역시 손목에 부담없이 좋았다. 옛날에 수레로 책을 끌고 다녔다는 사람들이 들으면 얼마나 분할까, 엉뚱한 생각도 했다.
“기일 저녁 여덟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 주기니까 딱 한 번만 지낼 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내가 그렇게 고향만두를 자주 사먹었나?”
“응.”
“그렇다고 별명이 될 만큼은 아니지 않아?”
“아냐, 네 성격을 엄청 잘 반영한 거야. 고향만두 이후로 냉동만두의 진화는 여러 차례 있었어. 그런데도 넌 고향만두에 완전히 만족하잖아? 쉽게 만족하는 성격인 거야. 초콜릿도 가나 초콜릿도 질리지도 않고 먹고. 국어 시간에 배운 대로 안분지족. 선비 같네, 규림이.”
경아 그 시대에 있기 힘든 엄마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엄마 덕분에 새엄마가 나오는 옛날이야기들을 다 무시할 수 있었고, (웃음) 손님들이 많이 오는 집이었잖아요. 손님들이 꼭 오빠만을 두고 ‘크게 될 놈’이라고 칭찬했거든요. 어느 날 엄마가 그게 싫었는지 매번 반복해서 말하는 손님한테 “그럼 우리 딸들은요? 작게 될 년들인가?” 하고 확 무안을 줬어요. 그때 제 어깨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딸들’에 제가 포함된다는 걸 알았고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나는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남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후자 쪽이 훨씬 낫지.”
“두 종류로 나누는 건 너무 단순화시킨 거 아냐?”
“그러게, 그러면 안 되는데.”
두 사람은 물개처럼 누워서 웃다가, 이어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좀더 하다가 낮잠에 빠졌다. 그것은 등을 붙인 땅에 연결되는 듯한 부드럽고 깊은 잠이었고 깨어났을 때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명혜는 그 폐쇄적이지 않은 범위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의 로컬도 그런 개념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공동체에 누가 속할 수 있을지 넓게 열어두고 끌어안을 필요가 분명 있었다. 한국 사회도 이민자의 수가 계속 늘고 있고, 더 다양한 집단을 포용해야 할 때 로컬 개념에 괜찮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아무도 새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종종거리고 있고, 정말 아무도. 안 그래도 죽어가는데 그깟 방음벽에, 유리창에 스티커 하나 붙여주지 않아서 더 죽이고 있었다. 에너지 효율도 형편없다는 유리 건물을 계속 지어대는 것도 싫었다. 홈쇼핑에서 구스 이불을 팔아대고 행사마다 풍등이니 풍선이니를 날려버리는 것은 떠올리기도 징그러웠고…… 그런 화제들을 꺼내면 네가 커서 고쳐, 공부 열심히 해서 고쳐, 하고 아주 우습다는 듯 대견하다는 듯 반응해오는 것도 짜증났다. 자기들이 신나게 망쳐놓은 다음에 어쩌라고?? 나중에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웃겼다. 언제? 새들이 다 죽고 난 다음에? 누구와도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졌다.
일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여전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길들여지지 않는 괴물 늑대와 같아서, 여차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주인을 물 것이었다. 몸을 아프게 하고 인생을 망칠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을 조금만 사랑하자니, 유순하게 길들여진 작은 것만 골라 키우라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소소한 행복에서 의미를 찾자, 바깥의 평가보다 내면이 충실한 삶을 택하자는 요즘의 경향에 남녀 중 어는 쪽이 더 동의하는지 궁금했다. 내면이 충실한 삶은 분명 중요한데, 그것이 여성에게서 세속의 성취를 빼앗아가려는 책략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성취를 하려니 생활이 망가지고, 일만 하다가 죽을 것 같고……
경아는 자리를 지키고 엉덩이로 뭉개기로 마음먹었다. 관절 좋은 사람이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을 때에는 더 똑똑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천천히 거품이 꺼지고 가라앉는 업계에서 살아남은 여자가 어디선가 나타나면 바통 터치를 할 것이다. 그전에 주 사 일제를 시도해본다거나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가 망해버리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망했다 흥했다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들은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할머니 덕에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대에 몰락하지 않을수 있었죠. 행운이란 걸 알아요. 그래도 요즘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걸 모조리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공기가 따가워서 낳지 못하는 거야. 자기가 당했던 일을 자기 자식이 당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서. 혼자서는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한국은 공기가 따가워요.”
시선으로부터,
친구가 빌려준 책!
+
시선이 내가 아는 그 시선(?)이 아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첫 장부터 가계도 나오는데 띠용해버림 ㅠㅠㅠ
(한국 소설 애정하지 않기에 등장인물 많으면 거르고 싶다고 ㅋㅋㅋ)
와, 아니 온 가족(사촌들까지)이 해외로 여행(제사지만)
가는 날짜 맞추는 것부터 판타지 아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거 읽고 나는 생각함.
[Knives Out] 이세요? ㅋㅋㅋ
엄마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명은 남매는 오래 의심했었다. 그건 너무 갑작스럽고 공교로운 죽음이었다. 심시선 여사는 생일 날,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다음날 새벽에 세상을 떴던 것이다. 누가 그렇게 죽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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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고향만두를 자주 사먹었나?”
“응.”
ㅇ ㅏ 갑자기 고향만두 ㅋㅋㅋㅋㅋ
먹고싶겤
그리고
김장통과 김치부침개까지
[옥상에서 만나요] 보다는 읽기 수월하고 재미있긴 했는데,
내가 과연 [피프티 피플]을 읽을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