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타이베이

uragawa 2020. 9. 16. 22:30

당시에는 제가 서점을 열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해외의 재미있는 물건이나 공간을 대만에 들여오기 위한 목적만으로 폰딩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콘셉트 스토어라는 매장 자체보다도 이런 작은 공간을 통해 표현되는 힘이나 사고방식이 서점을 열 때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이 넓은 세상에 한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서점이나 갤러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어떤 가치나 스토리를 부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예전에 ‘한 도시의 독창성은 독립서점의 수로 알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동네에 다양한 서점이 있으면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할 가게 외에도 방문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거든요. 그렇지만 서점 경영이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거예요. 저 역시도 항상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죠. 그럼에도 서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매출이 좋지 않은 기업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건비를 삭감하거나 그 이외의 비용을 줄이는 등의 방법을 통해 생존을 걸고 노력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런 방법은 제조물의 품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요. 특히 미디어의 경우는 그 악영향이 현저하게 나타나죠. 그래서 잡지 제작에 드는 인건비 관련 비용은 전혀 줄이지 않아요. 집지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해요.



우리보다 젊은 세대가 수입 이상으로 중시하는 건 그 일이 ‘얼마나 개인이 활약할 수 있는 장이 되면서도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지’입니다. 자기 표현과 사회 공헌이죠. 이런 차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젊은 세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려워요.




출판 시장의 규모가 작은 대만에서는 1,500부를 찍으면 전 서점에 다 진열할 수 있어요. (내용이나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이라면 일반적인 초판 부수는 1,500~2,000부, 일본이라면 2,000~5,000부 정도.)



실험은 ‘혼자’라도 ‘홀로’하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를 시작했을 때 우왕좌왕하던 이야기를 담은 ⟪날아 차기, 오열, 흰 코털—처음 출판사를 시작하고 대박이 난다는 것은 거짓말⟫은 2012년에 출판했어요. 출판사 창업에 대해서 현장의 시선으로 쓴, 당시에는 대만에서 유일한 책이었기 때문에 그때 이 책 때문에 출판업계에 들어온 사람도 꽤 있어요(웃음). 최근에도 출판사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이 자주 상담을 하러 오는데, 그럴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또 진짜 재미있으니까 해보라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출판은 ‘창작’ 행위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프로세스니까 일로 할 수 있다면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출판으로 큰돈을 벌 수는 없어도 자신의 생활의 영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은 특징이 있는 서점을 선호해요. 지금은 책 구입만이 목적이라면 인터넷으로 충분한 시대예요.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특별한 공간 체험과 북큐레이션을 제공할 수 있는 특징적인 서점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



최근에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에요. 애초에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농업을 하거나 창의적인 활동을 하거나 젊은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고향을 변화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고향에서 독립서점을 오픈하는 젊은 층이 늘었어요.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연대하고 고향과 외부 세계를 연결해 나가요. 그래서 서점이 그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 기지로서 역할을 하는 거죠.



독립서점을 시작하는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거기에다 지금의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벤트 기획 능력이 굉장히 중요해요. 책 판매만으로는 이익이 굉장히 적기 때문에 이벤트 기획을 중심으로 이익을 내는 서점도 있을 거예요. 이벤트는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서점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도 있죠. 재작년에 제가 일을 맡았던 웨웨서점에서 이벤트를 많이 열었기 때문에 취재도 많이 들어왔어요. 그 덕분에 저명한 작가도 토크 이벤트를 할 때 청핀서점이 아니라 웨웨서점에서 하는 일까지 생겼고요. 이 파랑새서점처럼 특징이 있고 서점 자체가 예쁜 것도 중요합니다. 그걸 보러오는 거니까요. ㅁ루론 경영 능력이 필요한 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서점은 확실한 비전과 콘셉트를 가진 서점이에요. 그런 서점 중에 유니크한 곳을 꼽자면 신베이에 있는 ‘소소 책방’, 아트큐파이ArtQpie라고 하는 젊은 크리에이티브 팀이 타이중에서 경영하고 있는 ‘책 북사이트本冊 Book Site’, 개성이 넘치는 타이난의 중고서점 ‘성 남쪽 옛 점포城 南蕾肆’ 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주베이에 오픈한 ‘혹은或者’도 있어요. 비전이 확실하고 매일 재미있게 진화해야 해요. 현대의 서점 경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전원도시처럼 서점과 출판사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어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에 도전해야 합니다. 작은 변화라도 괜찮으니까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거예요. 지금 있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아, 오늘도 잘 안 됐네’라고 한숨만 쉬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변화해야 경험이 생겨요. 그 경험이 쌓여서 나중에 굉장한 힘이 되는 거예요. 그것은 단순히 서점이 커지거나 서점을 새롭게 꾸미는 양적인 변화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특색, 내면, 인격, 그리고 마음으로 이어진 고객과의 관계성 같은 질적인 변화입니다. 전원도시에 올 때마다 항상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저의 모토는 ‘힘을 빌려서 쓰다借力 使力’ 입니다. 상대방의 힘을 빌려서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거죠.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천천히 도전해 보세요. 경험을 하다 보면 실패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아요. 저도 예전에 그랬으니까요(웃음).



월요일은 문예 연구, 화요일은 문장 교실, 수요일은 대만어 강좌, 목요일은 사회학 독서회 등등 요일별로 매일 ‘읽는 체험’을 지원하는 작은 강좌나 독서회를 개최하고 있다.(금요일에는 출간 이벤트 등을 위해 스케줄을 비워놓는다). “철학과 음악, BLBoys Love 강좌도 있어요.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특정한 유형의 독서 인구를 천천히 늘려나가는 것과 작가와 밀접하게 교류하는 것입니다.”



청핀서점에서는 독립출판사 전용 코너를 마련해서 책을 판매하고 있어요. 보통 서점에서는 이렇게 독립출판사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판매하지는 않기 때문에 청핀만의 특색이라고 생각해요.



청핀서점의 직원은 어떻게 북큐레이션 트레이닝을 하나요?
청핀서점에는 서점 안의 모든 책을 가져가서 읽어도 되는 복리후생제도가 있어요. 한 번에 2권씩, 5일간 빌릴 수 있어요. 읽은 후에 구입하는 직원도 있고요.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하나의 테마와 관련된 책을 한 번에 몇 권씩 선별하는 과제를 주고 전시 공간에서 워크숍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실습을 통해 몇 번이고 계속 트레이닝을 하는데,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1~2년 정도는 걸려요.



출판사에서 일하던 때는 잘 팔릴 것 같은 작품 중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는 것이 일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 중에서 팔릴 것 같은 것을 찾아서 입고해요. 순서가 반대가 되었어요.



클라이언트에게서 제약을 느끼는 순간은 매번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1년에 2건까지만 일을 뒤집을 수 있다고 나만의 규칙을 정해두는 거죠. 그리고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 수정 요구가 3번 이상 오면 그 이후에는 1회당 디자인 비용의 20퍼센트를 더 받도록 미리 정해두었어요. 그렇게 수정을 했는데도 클라이언트가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몇 번이나 고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책이 완성되는 것보다는 과감하게 중지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저는 그때까지의 디자인 제안료만 받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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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の未来を探す旅 台北



[서점의 미래] 책을 읽다 타이베이 서점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
일전에 읽었던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의 시리즈였다!

이건 무조건 종이책으로 봐야 된다. ㅎㅎㅎ
그래서 구입함.
(서울처럼 크고 두꺼움 ㅋㅋ)

와, 너무 여행가고싶다.
타이베이는 사실 관심도 없었는데, ㅠㅠ
소개된 서점 다 놀러 가 보고 싶음.


(소개된 Bookstore)
폰딩, 파랑새서점, 웨이팅룸, 시생활, 보커라이+오카피, 야생화

소소책방, 웨웨서점, 청핀서점, 망가시크, 구향거, 한성샹, 노스북스


+
마치는 글 ㅋㅋㅋ 기승전 주식거래ㅋㅋㅋ
(ㅇ ㅏ.. 수입이 적어서 부업이랑 투자가 일상이어야 되는거 너무 슬픈거 아니냐)

다음 취재지로 향하는 택시에서 갑자기 운전기사가 이어폰의 마이크에 대고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운전석 대각선 쪽에 스마트폰이 고정되어 있기에 화면을 힐끗 보니 주식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동행한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승객을 태우면서 전화로 주식 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운전 중에도 곁눈으로 주식 가격을 확인할 수 있으니 문자 그대로 ‘사이드잡’으로 삼기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통역사는 “대만에서 주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수입이 적어서 모두 부업이나 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라고 말했다.

 




2019/01/01 - [한밤의도서관] -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