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사형에 이르는 병

uragawa 2020. 9. 11. 22:30

성인이 되면 정부는 일률적으로 지능지수를 정밀조사해서 평균 미만인 녀석들을 가스실에 보내야 한다. 안 그래도 국력이 약해지는 요즘이야말로 우생보호법이 필요하다. 한계가 있는 자원을 저런 멍청한 놈들에게 써줄 이유는 없다. 저런 놈들에게 귀중한 산소가 소모되는 것조차 짜증 난다.



남편과는 상사의 소개로 만나 거의 맞선 같은 결혼이었던 것. 호적에 올리자마자 바로 시부모와 함께 살게 된 것. 시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려져서 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만 했던 것. 시어머니는 간호를 전혀 거들지 않고 놀러 다니기만 했던 것.
일을 그만두자 수입이 없어져서 가정에서 발언권까지 사라져버린 것. 간호가 힘들어서 체중이 8킬로그램이나 줄어든 자신에게, 남편은 격려의 말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던 것. 시아버지가 건강했던 시절에는 뒤편에서 종알거리는 정도였던 시어머니가, 시아버지가 쓰러진 후 본격적으로 며느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던 것.
며느리 따위가 일가의 주인과 같은 식탁에 둘러앉다니 건방지다는 말을 하며 혼자만 부엌에 앉아서 밥을 먹으라는 명령을 받은 것. 시아버지의 대소변 수발을 들 때마다 냄새난다며 며느리를 비웃던 것. 친정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락도 금지당한 것.




“결벽증, 불결 공포증이었어요.”
여자는 부끄러운 듯 입가로 슬며시 미소지었다.
예를 들면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손발을 씻지 않으면 절대 쉴 수 없다. 전철이나 버스의 손잡이는 물론 가게의 문손잡이, 엘리베이터의 버튼, 계단의 난간 등도 건드리지 못한다. 슈퍼마켓의 장바구니도 들지 못한다. 어디의 누가 어떤 식으로 건드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알코올 제균 시트는 필수품이고 마스크, 제균 스프레이, 세정 젤, 얇은 비닐장갑을 항상 가방에 넣어두고 있었다.
독서는 좋아했지만 도서관의 책도 중고서점의 책도 꺼렸다. 병원에 다닐 때는 공용 슬리퍼를 신을 수 없어서 안절부절못했다. 체육 수업 때 수영장을 갈 때는 반드시 견학을 신청했다. 타인과 같은 물에 들어간다니, 생각만으로도 오싹했다.



마침 퇴근 러시인 모양이었다. 역 방향을 향해 걷는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마사야를 스쳐 지나갔다.
중년 남자와 어깨가 부딪쳤다.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사죄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짜증난다는 듯 혀 차는 소리뿐이었다.
순간 마사야의 가슴에 울컥 분노가 솟았다.
- 뭐야, 이 자식. 나는 사과했잖아. 애초에 부딪친 건 너잖아. 왜 내가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데.
중년 남자의 등을 노려보면서 마사야는 생각했다.
- 이런 녀석, 나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비쩍 마르고 아랫배만 꼴사납게 튀어나온 남자다. 너무나도 약해 보인다. 체격도, 근력도, 완력도, 모든 면에서 마사야가 우위일 것이다. 팔을 비틀어 누르기만 해도 울며 사과할지도 모른다.



현실은 헨젤과 그레텔처럼 ‘집에 돌아갔더니 어느샌가 나쁜 엄마가 없어져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식으로 되지 않아.



“시스템 개발이라는 말에 근대적인 회사일 거라고 생각했죠? 천만의 말씀입니다. 속은 그냥 상명하복의 구시대적인 회사예요. 그래서 가나야마 같은 녀석은 상당히 고생했을 것 같아요. 부서가 달라진 뒤로는 가끔씩밖에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볼 때마다 안색이 시커멨으니까 말이죠. ‘휴가를 못 내겠어. 붙임성이 안 좋다며 얼마 없던 친구도 잃었어. 이대로 계속 일하면 미쳐버릴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 항상 불평했습니다.”
“그래도 10년 가까이 근속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야, 노예처럼 일하는 상황이라 이직 활동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으니까요.”
소마가 고개를 움츠렸다.
“시간도 없고, 체력도 바닥나고. 집에 돌아가면 이미 녹초가 되어서, 몸만 씻고 그대로 뻗는 거죠. 식욕이나 성욕보다 일단 수면욕부터 해결해야죠. 그런 생활을 하면서 다음 직업을 찾는다니, 무리죠. 눈앞에 있는 문제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요.”



“부모에게 학대받거나 방치되어,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자란 아이는 대개 자존감이 낮아. 그 부분을 간질여주면 금세 고분고분하게 내 말을 따르게 되지. 딱 너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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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2010)
死刑にいたる病



리디북스에서 1,900원 대여한 책.

(일본 소설 굉장히 오랜만인 것만 같고?)
저기요 너무 제 스타일의 책 제목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대여했지만 ㅎㅎㅎ

저기요, 내용도 마음에 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형에 이르는 병』은 연쇄살인범의 머릿속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이야기를 담은 사이코 미스터리 소설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소년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동기와 심리 상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심리 조작의 기술까지, 한편의 웰메이드 범죄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 구시키 리우는 소설 스바루 신인상과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까지 수상한 중견 작가로, 범죄자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여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책 소개 내용 中-



+
시작하자마자 맛있는 거 이야기하기 있기 없기?

“저기, 뭐 먹을까?”
“서브웨이라면 당연히 새우 아보카도지.”
“또 그거야? 정말로 좋아하나 보네.”
“난 빵에 질렸어. 미스터도넛의 얌차로 할래.”



++
하이무라가 사람 다루는(?) 기술이 장난이 아닌데,
진짜 말려든 사람 몇 명이냐고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아도, 끝까지 계속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와, 이거 2010년 책이라고? 너무 재미있는데!
순식간에 읽어버렸어.
내가 한창 일본 소설 열심히 읽던 시절에 출간된 작품인데
어째서 이 작가를 처음 들어보나? 하고 검색했더니 
국내 번역작이 이거 하나뿐이네.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