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출근길의 주문

uragawa 2020. 2. 13. 22:05

성공한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정도를 넘어 현업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공격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이 얘기를 하면 남성들은 누구나 공격을 받는다고, 본인도 받는다고 말한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언제나 여자들은 남자들이 당하는 일에 플러스알파로 곤경을 겪는다. 일과 관련된 모든 욕지거리에 더해, 사생활과 여자다움을 빌미로 한 뒷담화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신도 나이를 먹는다. 어느 순간 꼰대가 된다. 나이를 먹는다고 윗사람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꼰대가 되는 건 숨만 쉬어도 가능한 일이다. 이래라저래라, 나는 이랬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한 말 또 하고, 과거의 승리를 복기하고 또 복기하고. 술을 마시면 더 심해진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다 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보다 연령이 낮은 살마들을 존중하며 말하는 법에 대해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가능하면 모든 사람에게 존대를 하는 쪽으로 정했다. 상사에게 존대와 반말을 섞어 쓰는 비중으로 다른사람들과 말하되, 친분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나이와 무관하게 존대하는 습관을 들였다.



내가 항의할 때, 불만을 표현할 때 누군가 함께하면 그 다음에느 또 한 명이 거기에 동참한다. 남이 좋게 만든 세상에 나는 숟가락만 얹으면 좋겠지만, 당신에게만 좋은 세상은 없다.



누구의 성과에 대해 "꼼꼼하다"고 할 때와 "강박적이다"라고 할 때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평가는 실제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추켜세우거나 깎아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단어를 고른 것이기도 하다. (놀랍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선입견에 의지해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단어를 함부로 쓴다.) "신선하다"와 "미숙하다". "지루하다"와 "장중하다", "생각이 뚜렷하다"와 "이기적이다" 역시 비슷한 식으로 택일되어 쓰인다. 다른 듯 하지만 같고, 같은 듯하지만 다르다.
그리고 본인의 의도가 아니라면서도 부정적인 어휘만 골라 쓰는 사람이 있다. 글과 말은 그 사람과 같지는 않지만 아주 다르지도 않다.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때는, 업계의 미래를 뜻하기도 하지만 윗사람들을 뜻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여성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소수의 여성이 여성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 일을 엉망으로 만드는 여성 리더는 당연히 존재하는데, 그 한 사람의 과오라고 평가하지 않고 '여성 리더들'이 다 그렇다는 식의 일반화가 손쉽게 이루어진다. 여자 상사와 일하는 남자 직원들이 무엇이 피곤하네 힘드네 하는 기사도 왕왕 보게 되는데, 남자 상사와 일하는 여자 직원들은 입이 없어서 그간 말을 안 했을까? 제발 물어봐달라! 13부작 특집기사 가능할 테니. 심지어 여기는 샘플이 많아! 윗자리는 대체로 남자들이 더 많거든!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낫다는 결정을 하게 되는 상황 역시 차별의 결과.



내가 아는 어르신들 중 아들 사업자금으로 재산을 거덜 낸 분이 많은데, 딸 사업자금으로 재산 거덜 낸 분은 안 계신다. 어딘가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 성비를 따져보면 압도적으로 남자가 많을 것이다. (남편이 사업해서 재산 거덜 내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말을 말자.)



프로가 된다는 것은, 꾸준히 단련하고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일정한 아웃풋을 만들 수 있으며 자기 자신과 타인의 실력과 능력치를 가늠해 협업에 용이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한번 퇴직하고 프리랜서나 자영업을 하면 그걸로 직장생활은 끝이다. 직장생활을 재개해도 이전 회사와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연봉이나 회사 규모를 감내해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 '가정과 양립 가능하기에 좋은'이라서 만족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가정과 일의 양립은 여자만 하는가? (여자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일 들 때도 있다.)



집에 돈이 필요하면 딸 돈부터 헐어 쓰면서 "어차피 네 신랑이 집은 해올 테니까"같은 소리를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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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친구가 빌려준 책!


글의 주제가 왔다 갔다
학생들 이야기가 나왔다, 직장인 이야기가 나왔다
혼란스럽고...
근데 왜 책 제목은 [출근길의 주문] 인걸까?
하면서 읽어 내려가는데
난 처세술 책인 줄만 알았지요??

책 중간에 보니 처세술 책이 아니라고
쓰여있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 나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는 관계를 오래 유지할수록 손해다. 만난 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기분이 울적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관계 진짜 피곤하지
많지도 않은 인간관계 중에 이런 사람 있는데,

일 년에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만나니 나가보자 하는 나도 병...(하...)



++
이직할 때 고려할 사항은 첫째 급여, 둘째 근무 환경이다. 급여가 두 배 이상 오르는 경우라면 다른 조건은 거의 고려할 필요도 없다고 보지만, 어떤 직종은 근무 환경이라는 변수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은 수도권이 아니라 다른 대도시에서 자리 잡으면 더 좋은 급여를 받게 된다. 간호사의 경우도, 안과나 치과, 성형외가의 경우 서울 출신의 큰 병원 경력이 있는 간호사는 타 지역에서 월급을 더 높게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수도권에 비교하면 한국 어느 도시도 생활비가 더 비싸지 않기 때문에, 전세 살던 사람이 집을 살 수도 있고, 돈은 더 안정적으로 벌 수도 있게 된다.

이것도 좀 슬펐지. 
내 직능은 강남권외에서는 찾기 좀 힘들어서..
연봉이 낮고 많이 안 줘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음.
지방 내려간다고 해서 잡다한 일은 늘어나지만 돈을 잘 쳐주는 건 아니거든.

얼마 전, 견적 때문에 포털 사이트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는데,
편집 디자이너 6년 차가 4000만 원 이상 받는다는 거 보고
슬픔에 빠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