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강도는 최고 수준인데 대우는 최저 수준이었다. 시급은 정확히 최저임금을 따랐고 주휴, 야간 등 일한 만큼 받는 수당 외에 일체 받는 돈이 없었다. 근속수당도 없어서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월급은 같았다. 명절 상여금도 정규직들만 받았다.
“예전에는 점심시간에 학교 사무실 직원들 밥 먹으러 가면 우리가 사무실을 지키고 그랬어요. 그 사람들 밥 먹고 올 동안. 왜 그래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관행처럼 여겨진 거죠. 노동조합 만들면서 그런 것도 없애버리고, 누구 집 이삿짐 나르는 거, 교회 나오라 하는 거 이제 없어졌어요. 사무실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게 달라진 게 큰 변화죠. 예전처럼 자기들 마음대로 부리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거니까.”
야간에 ‘일’을 하다가 ‘일터’에서 사람이 죽었다. ‘스트레스’ 라는 한 단어로 그의 죽음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그의 죽음에 그의 ‘일’은 얼마만큼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따져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야간 노동이 24시간 생체주기의 리듬을 따르는 기관들에 이상을 일으켜 돌연사, 심장마비, 고혈압, 콜레스테롤의 과도한 증가,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진환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내일 오전까지 꼭 완성해놓으라는 주문에 밤을 꼬박 세워 자료를 만들어놓으면 며칠 뒤에나 자료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고 FD자리가 비면 그 역할도 작가가 하게 된다. PD들은 퇴근 시간에 맞춰 작가들에게 “일을 던지고” 간다. 작가의 일정이나 출퇴근 시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PD들을 보면 “자기가 시키면 다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병원은 여성 노동자가 80퍼센트 이상. 특히 가임기 여성이 70퍼센트 이상으로, 모성권 보장이 중요한 곳이다. 2016년 보건 의료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대상자 6,474명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41.3퍼센트(2,671명)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은 1년까지 보장되지만 실제로는 평균 10.8개월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왜 못 쓰는 걸까. 그 이유로는 ‘인력 부족으로 동료에게 불편을 끼칠까봐’라는 답변이 20.7퍼센트.
“병원에서는 우리 직종을 굳이 정규직을 쓸 필요가 없는 단순 노무라고 생각한 거죠. 계약 기간이 1년 11개월이에요. 2년을 채우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니까. 그분들도 조금 일하다가 안 맞으면 다른 일자리 찾아서 나가버리죠. 왜나면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없으니까. 또 연봉제라서 임금 인상도 없는 데다가, 새로 계약할 때마다 이삼 개월씩 수습 기간을 둬서 임금을 적게 줘요.”
서울지하철의 교대 근무 변천사는 교대 근무 발달사를 한 눈에 보여준다. 지하철 근무 체계가 바뀌면 경찰이나 소방서 교대 근무도 바뀌곤 했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는 판타지가 하나 더 있다. 아내와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저녁에는 한가롭게 동네 산책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다 같이 잠드는 것. 주말이 되면 극장에도 가고 1박 2일로 캠핑을 가는 것.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두 사람에게는 판타지에 가깝다.
야간 노동은 수면장애를 유발해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암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어두울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을 억제시켜 내분비계를 교란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국제암연구소(LARC)가 야간 노동(night shift)를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언어는 비춰볼 수 있고 들여다볼 수도 있는 렌즈라고 한다. 신조어 클로프닝(clopening=closing+opening)은 신기술이 파고든 서비스업계의 변화된 풍경을 엿볼 수 있는 표현이다. 클로프닝은 종업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다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뒤 몇 시간 후 새벽에 다시 출근해 매장 문을 여는 상황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