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uragawa 2019. 7. 15. 22:00

현재 나의 사무소에서는 학생들에게 ‘서머스쿨summer school’ 이라는 체험 학습을 시키고 있다. 장기간의 방학을 이용하여 사무실에 아르바이트로 다니면서 테마를 정하고 주말 동안 교토와 나라 등의 고건축을 연구한다. 한 달 동안 현지를 여덟 번 방문할 수 있다. 꼬박 하루 걸려 철저히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개중의 사원에서는 그 열정에 화답하여 평상시에 볼 수 없는 곳을 특별히 보여 주는 경우도 있다. 이는 대학에서의 수업이나 독서만이 공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된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감동을 얼마나 만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감동을 어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는가에 있다고 새삼 생각해본다.



나는 20대의 여행 경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나 홀로의 여행길에서는 스스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도망갈 수도 없다. 돈도 없고 말도 안 통한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고 매일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다. 의지할 것은 내 몸 하나 뿐이다. 인생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공터만 보면 내 멋대로 상상하며 건축 계획을 했다. 그러다 토지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 내가 계획한 건축을 제안하러 찾아갔다. 물론 ‘부탁도 하지 않은 일’이라며 퇴짜를 맞았다.
나는 그때부터 일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무소에만 앉아 있으면 일감이 저절로 날아올 리 없다. 실적도 없는 나에게 의뢰인이 알아서 찾아올 리가 없는 것이다. 학력도 사회적 기반도 없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꼈다.




내 사무소의 코르는 대단히 총명하다. 내가 직원을 야단칠 때 도가 지나치면 “이제 그만해.”라고 말하듯 짖어 대며 앞발로 내 다리를 치러 온다. 또 별로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고객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갑자기 짖어 대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 소리를 이유삼아 “개가 짖어 대니 이번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면 좋겠다.”라며 사양하기도 했다. 여러 상황에서 코르의 도움을 받았다. 동물은 말은 못해도 상황을 민첩하게 판단할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큰 불안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불안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도전은 많은 적을 만들기도 한다. 전람회는 건축에 대한 나의 생각을 펼쳐 놓는 장이지만 좋은 평가로 환영 받기보다는 비판에 노출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비판의 장에 스스로 놓여봄으로써 자신을 다시 볼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은 먼 훗날까지 스스로에게 큰 힘이 된다.




공모전은 건축가에게 있어서 진검 승부의 장이므로 경쟁자의 우수한 작품을 보면 역량의 차이를 실감하면서 겁이 나기도 한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지만 부득이하게 우열은 명백하게 가려진다. 현실을 직시하고 패배로부터 또 배운다. 그러나 그런 불안과 긴장감 속에서만 생겨나는 창조력이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서 향상되기를 바랄 수 없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때로는 승리가 날아들기도 한다.



건축을 하는 행위는 사람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부지에도 성격이 있다. 동일한 조건은 하나도 없다. 건축가는 우선 기존 건물이나 거리의 경관으로부터 그 부지의 개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개성을 살려서 계획해야만 한다.



국제 사회에서 선두로 달리던 일본은 지금 존재감을 잃고 국제화의 물결을 타지 못해 미래상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지진 재해와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애매한 발언을 반복하면서 국민이나 해외 언론에 사실을 정직하게 전하지 않는 일본 정치가들의 언동에 미국 CNN이나 프랑스 언론 기자들은 절망에 가까운 감상을 전하고 있다.







2019/04/26 - [먼지쌓인필름] - 현대 건축의 거장, 안도 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