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고도를 기다리며

uragawa 2019. 2. 19. 22:30

포조   난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기쁘단 말이오. 아무리 하찮은 인간이라도 만나면 다 배울 점이 있고 마음이 넉넉해지고 더 많은 행복을 맛보게 되거든. 그러니 당신들도, (둘을 다 상대로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번갈아 유심히 바라본다) 당신들도 내게 무엇인가 안겨준 게 있을 지도 모르지.



포조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오. 웃음도 마찬가지요. (웃는다)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맙시다. 우리 시대라고 해서 옛날보다 더 불행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오. (침묵) 그렇다고 좋다고 말할 것도 없지.



블라디미르   덕분에 시간은 잘 보냈다.
에스트라공   시간이야 안 그래도 지나갔을 텐데 뭐.
블라디미르   그야 그렇지만 훨씬 더뎠을걸.



블라디미르   기분이란 건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는 건가 보다. 낮에는 종일 기분이 아주 좋았거든 (사이) 간밤엔 한 번도 깨지 않았으니까.



에스트라공   그래, 그동안 우리 흥분하지 말고 얘기나 해보자꾸나. 어차피 침묵을 지킬 수는 없으니까.
블라디미르   맞아. 끊임없이 지껄여대는 거야.
에스트라공   그래야 생각을 안하지.
블라디미르   지껄일 구실이야 늘 있는 거니까.
에스트라공   그래야 들리질 않지.
블라디미르   우린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까.



블라디미르   하지만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성은 이미 한없이 깊은 영원한 어둠 속을 방황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말야. 너 내 말 알아듣겠냐?
에스트라공   인간은 모두 미치광이로 태어나는 거다. 그중에는 끝내 미치광이로 끝나는 자들도 있고



블라디미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데서 가다가 넘어지면 어쩔려고?
포조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리고 나서 다시 떠나는 거요.